변칙개봉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분명 5일 개봉인데 1일부터 상영하길래 오늘 보고 왔습니다.
IMAX는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차선책으로 메가박스 MX관에서 3d로 보고 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상미는 굉장합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에 관여해서 그런가 3d 효과가 장난 아니었고 모터볼 시퀸스는 어후... 이정도로 스피디한 CG액션은 레디 플레이어 원의 초반 레이싱 시퀸스 정도가 아니면 명함도 못내밉니다.
고철도시의 비쥬얼도 상당합니다. 후반부 자렘으로 올라가려는 휴고를 막으려는 씬에서 와이드하게 보여주는 고철도시의 이미지는 원작속 고철도시를 초월한 무언가였습니다.
캐릭터들의 각양각색의 기계몸뚱아리도 개성넘치게 디자인되고 특히 많은 우려를 낳았던 포스터 속의 갈리의 큰 눈동자도 일단은 크게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막.. 못보겠다 정도는 아니고 감독이 최대한 단독샷 아니면 기계인간들과의 전투에서만 투샷 잡으면서 눈을 강조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거부감을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한듯한 느낌입니다. 자연체 인간과 같이 있는 씬에서는 좀 어색해요.. 그나마 갈리를 센터에 두지 않고 사이드로 빼거나 해서 시선을 분산시켜주니까 어색한 정도지 거부감까지는 안느껴집니다.
자렘은 원작을 봤을때의 제 개인적으로는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을줄 알았는데 금빛으로 칠해져 있는것이 약간 똥같은 금빛이라...고철도시와 자렘의 대비가 별로 돋보이지 않아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이렇게 주구장창 비쥬얼적인 이야기만 하는 이유는...이게 좀 복잡한 영화입니다.
좋은 영화였다! 아니면 똥같은 영화다! 이도저도 아니다! 단정을 지을 수가 없어요!
기글에 원작인 총몽을 보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크게 나누면 원작을 본 관객, 원작이 만화책인지 존재도 모르는 관객, 두 그룹의 평이 일단 크게 갈릴 것이고, 원작팬과 일반 관객 각각의 그룹 안에서도 평이 갈릴만한 그런 영화입니다.. 굉장히 평이 복잡할 수 밖에 없어요. 저는 원작 팬으로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일반관객의 입장에서 평을 하긴 애매하네요
아래의 평가 부분은 스토리 스포가 섞여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원작을 안읽어보고 그냥 영화를 보러가겠다 하시는 분은 마지막 단락만 보시면 됩니다. 나 이 영화 안볼껀데? 하시면 정독하셔도 무방해요 ㅎㅎ
1.원작 팬으로서 긍적적이었던 부분
우선 원작 자체가 엄청 오래되었기 때문에 약간 심하게 올-드한 감성이 있습니다. 90년대를 휩쓸었던 존재론적 고찰을 메인으로 했던 SF 작품들, 매트릭스, 공각기동대...이런 류의 감성이 기저에 깔려있고 거기에 그당시의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비쥬얼요소를 첨가한게 원작 '총몽' 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에서 갈리가 처음으로 마주치는 보스급 빌런인 마카쿠는 엔돌핀 중독으로 인간의 뇌수를 뽑아먹는 놈이었으니 말 다했죠.
그에 비해 알리타는 굉장히 현대적으로, 쉽게말하면 때깔 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에서 어디 대도시의 더러운 뒷골목같은 느낌만 들던 비주얼의 고철도시를 인류가 한번 멸망할 뻔 한 뒤의 잔재 답게 재해석하여 그려내고, 투박하고 각진 기계인간들 속에서 홀로 세련되고 곡선미가 돋보이던 갈리의 디자인을 거의 완벽하게 시각화 했다는 점은 원작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만한 요소입니다.
갈리 디자인이 너무 완벽해서 반할뻔 했어요. 마치 디즈니영화, 특히 겨울왕국을 실사화해서 cg영화로 만들면 저런 얼굴로 그려질까 싶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으으..계속 얼굴이 떠올라요..
또한 보통의 만화 원작의 영화들은 원작의 내용을 100% 똑같이 영상화 하는건 실제로는 무리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고 하다가 삐긋해서 폭망하기도 하는데 알리타는....한가지...다음 단점부분에서 말할 한가지 요소만 빼면 각본은 괜찮게 나온 편이빈다.
캐릭터들의 역활을 변경 (특히 벡터)하고, 이드가 결혼해서 자식까지 있었고 딸이 죽으면서 마누라는 집나가서 서로 사이가 안좋다는 독자적인 설정을 집어넣었지만 이 사소한 변경점들이 훌륭한 접착제 역할을 해서 원작에서는 1~4권동안 겹치는게 거의 없이 따로 놀던, 초반 보스였던 마카쿠, 싸가지 없는 헌터 자팡, 뒷세계의 거물 벡터, 모터볼 레이스, 그리고 휴고와의 로멘스, 이 많은 이야기를 무리없이 어떻게든 하나로 합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원작에서는 갈리가 다른 캐릭터들과 가지는 관계가 휴고 외에는 좀 미묘한 관계였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이러든지 저러든지 될대로 되라지 싶은 무대포 성격이라...
특히 원작에서 이드는 갈리를 한명의 타인으로 인정하는 듯한 심리묘사를 하면서도 갈리에게 집착해서 쫒아다니는 팔불출같은 모순되는 성격을 보여주었지만 영화상에서는 감독은 영리하게도 이드에게 가족이 있었고 비극적으로 죽은 딸이 있었으며 갈리의 첫 기계 몸이 원래 딸의 것이었다(이거 완전 OVA...)! 는 설정을 추가해서 이드와 갈리의 관계를 부모 자식간의 관계로 엮어줍니다. 이드 와이프와 갈리 사이의 관계가 두루뭉실했지만 이드와 갈리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도구로서는 제대로 작동해줬습니다.
휴고와 갈리, 그리고 자팡의 관계는 소녀의 비극적인 첫사랑으로서 제대로 그려졌고 그 비극적인 결말이 소녀의 정신적 성장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영화나 원작이나 거의 비슷하게 그려졌고, 과도한 로멘스도 없이 괜찮게 나왔다고 생각되네요. 전사로서의 각성은 저슈건과의 모터볼 스토리에서 다뤘으면 싶었지만 저슈건은 얼굴 한번 비추고 말았으니까 후속작을 기대해봐야겠죠.
2.원작 팬으로서 부정적이었던 부분
문제는 이렇게 스토리를 축약하는 과정에서 알리타 배틀 엔젤 이라는 한편의 영화로서는 완성시켰을지 몰라도 후속작을 그려나가는 방식이 원작과는 완전히 동떨어지게 되버려서 원작 팬에겐 엄청나게 불편한 엔딩으로 끝나버립니다.
가장 큰 문제는 총몽 1부의 가장 큰 숙적인 디스티노바가... 자렘에 있습니다....아니 노바가 왜 자렘에 있어!!
원작에서 자렘의 시스템을 거부해서 지상으로 내려왔고, 자렘의 비밀을 알고 있으며, 갈리를 통해 세상의 순리를 극복하는것이 가능한가 알아보려하는, 인체실험을 장난처럼 해대는 미친 싸이코패스 과학자였던 디스티 노바의 캐릭터성이 완전히 날아가버렸습니다.
다음작에서 어떻게 묘사될지 몰라도 노바가 영화상에서 자렘에 있고 고철마을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흑막같은 캐릭터로 그려진거 자체가 이미 캐릭터의 파괴나 다름없습니다! 흔해빠진 SF영화속 순수 악 포지션으로 나와버렸어요! 나의 노바교수는 그런 시시한 악당이 아니라고! 라며 절규할 원작팬들이 분명히 있을거에요.
노바교수가 자렘에 있음으로서 자팡과의 이야기도 더이상 나올 수가 없어요. 자팡이 노바를 만나야 광전사 보디를 먹고 괴물이 되든가 할텐데 그런게 없어지고, 자팡과의 대결을 통해 갈리가 고철마을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원동력이 되서 우주에 진출한 2부 갈리가 고철마을의 독립을 추구하는게 말이 되는데...에휴....
게다가 노바교수가 멀쩡히 자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것 하나만으로 후속작에서 TUNED의 이야기는 나가리입니다. 튠드의 존재 이유가 노바교수의 포획인데 노바가 이미 자렘에 있으니...다음편에선 저슈건과의 일전-자렘 입성 으로 총몽 1부의 큰 줄기였던 튠드 스토리가 완전히 빠지게 되는게 확실합니다...
그렇게되면 버잭도 안나올것이고, 케이어스도 안나올 것이고, 영화상에서 벡터가 죽어버렸으니 케이어스와 벡터가 자렘과 정치적 연합을 구성하지도 않을 것이며, 고철마을은 자렘과 이어지지도 못할 것이고, 결정적으로 튠드의 오퍼레이터였던 루우가 없어지니 원작에서 자렘에 가려던 목적이었던 루우의 구출이 없던일이 되버립니다.
루우가 없는 존재가 됬다는건 갈리가 2부에서 우주로 진출하는 이유도 사라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1부 스토리만으로 영화제작을 끝낸다는건 확정적이네요. 노바 잡고 끝내는 시시한 SF 시리즈가 되버릴게 뻔합니다!... 아..이러면 자팡이 리타이어해도 상관은 없네요! 하하하!!
영화의 각본을 쓰는 입장에서는 분량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지만 너무 3부작을 의식해서 캐릭터성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악수를 두는건 허용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봅니다. 굉장히 실망스러워요. 영화속에서 다 합쳐서 1분도 안나온 노바 교수 때문에 작품이 붕괴되버렸다니...으으..믿을수가 없어요..흨흨...
저슈건도 문제입니다. 원작과 너무 괴리감이 심한 배우를 쓴거도 문제지만...나의 저슈건은 저렇게 안생겼는데!!....갈리가 한명의 전사로서 각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인물인데도 너무 가볍게 다뤄집니다. 2부의 후반까지 가서도 갈리가 인생 가장 강렬한 한방은 저슈건에게 맞은 그 한방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캐릭터인데도 너무 대충 다뤘어요.. 제 개인적인 뇌피셜로 3부작을 상정한다면 2부 보스로 저슈건이 나올텐데 캐릭터 묘사가 너무 대충인걸 보면 3부작은 개뿔 2부작으로 끝내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후속작에서 30분만에 저슈건 때려잡고 나머지 시간동안 자렘에 가서 CG 떡칠된 자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눈뽕 좀 주다가 노바 때려잡고 이겼다! 알리타 끝! 이라는 엔딩이...아아 눈에 보인다...보여....
차라리 노바와 저슈건을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면... 흑막을 튠드의 국장으로 설정했다면...분명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이 훨신 컸을텐데....
지금까지 원작 팬으로서의 넋두리였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원작팬을 만족시킬만한 무언가가 나왔을텐데 제작자도 감독도 각본가도 너무 후속작과 일반 관객들의 시선이라는 두가지 측면에 치중하지 않았나... 아바타는 5편까지도 찍는다는 양반이 제작한 각본이 맞는가 싶은, 조급한 각본을 가진 그런 영화였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원작 팬으로서의 시선이 그렇다는 겁니다. 원작팬과 아닌사람의 유일한 차이점은 원작을 봤다고 으스댄다는점 뿐이잖아요.
사실 영화 보는 내내 원작과 무의식적으로. 아니 의식적으로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비교하게 되니 어쩔 수 없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영화 내용을 곱씹으면서 일반 관객의 눈에는 어떻게 영화가 비쳐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 내용을 완전히 모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알리타는 분명 볼만한 팝콘 무비로서의 요소는 다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대전쟁, 미스테리한 기억상실 소녀, 격투기, 흑막, 소녀의 첫사랑, 셰익스피어식 비극, 스피드, 강철의 충돌, 아크로바틱 액션, 뭐 하나 빠지는거 없이 알차고 인심 넉넉한 작품입니다.
위에서 노바 교수 욕을 주구장창 했지만 사실 노바교수가 뭐하던 인간인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냥 평범한 최종보스로 보일겁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캐릭터성의 붕괴보다는 최종보스로서의 위엄? 악행? 이 잘 와닿지 않는다는게 유일한 단점이겠네요.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알리타의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다는게 큰 문제일 겁니다.
다 큰 소녀가 하는 행동은 어디 초딩처럼 행동하는 초반부의 모습부터 벙 쪄서는 심리적 갈등묘사나 정신적 성숙의 묘사도 없이 휴고와 로맨스 찍고, 싸우는 이유도 두루뭉실하고... 사실 원작의 갈리를 100% 완벽하게 옮긴 캐릭터지만 이게 일반 관객들에겐 이상하게 받아들여질게 분명합니다.
원작의 갈리가 그런걸 어떻합니까! 라고 변명하고 싶었다면 노바 교수를 그렇게 묘사하면 안되죠.. 스토리를 비틀꺼였으면 초반에 의식을 되찾은 알리타는 두려워 했어야 합니다. 자신의 기계몸을 두려워하고, 처음 보는 이드를 두려워하고, 더러운 고철도시를 두려워하고, 또래 남자아이 휴고를 두려워 했어야 합니다.
이드와 휴고가 주는 사랑과, 과거에대한 호기심과, 비극적인 사건들을 겪으면서 성장해나갔어야 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묘사가 필요했어요. 각성의 순간이 없습니다. 그것이 원작의 갈리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였다고 해도, 이왕 일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결심했다면 알리타의 캐릭터도 바꿨어야죠. 원작팬들도, 일반 관객들도 납득 할 수 없는 결과물만 나온 모양새입니다.
영화의 장점은 제일 위에서 다 다뤘으니 일반적인 단점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네요. 제 개인적으로는 원작을 고려한다면 4/10, 일반 SF영화로서는 7/10 정도의 팝콘 무비 라는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