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떄부터 소위 오디오라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서리 수라장을 걸어 오고 있습니다.
개중에 제일 핵심적인 바꿈질이 DAC인데, 그 여정을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저는 맨 처음에 마야 mk2-POS란 사운드 카드를 PC에 달아서 쓰고 있었죠. 당시 데스크탑이 LP형이기도 했고, 16비트에서 rmaa 돌리면 snr 92db가 나오는 그저 괜찮은 물건이었으니까요. 이 물건의 장점은 헤드폰 앰프 단이 따로 있어서 헤드폰을 구동할 일이 있을 때는 저기에 물리면 되는 것입니다. 볼륨확보가 잘돼요. 지금은 미디머신용 구형 PC에 끼워져 있습니다.
다음에 쓴 것은 Xonar dsx입니다. snr 107db의 카탈로그 스펙을 가졌고, DAC 칩도 WM8766이어서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물건이었죠. (요즘 생각하면 왜이리 snr이 안나와? 할 수 있겠지만 거진 10년 전 물건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당시에도 5.1채널을 굴리고 있었기에 단자 수 많은 건 충분한 장점이었죠. 게다가 이놈은 EAX를 카피해서 만든 물건이라 EAX 5.0 게임들을 (이를테면 스토커 시리즈라던가....) 플레이할 떄 사운드 효과 빵빵한 게 장점이었죠. 192khz/24비트를 지원해서 엔간한 음원을 재생할 떄 WASAPI 독점모드를 사용하기 좋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겠지요. 지금도 데스크탑에 박혀 있기는 합니다만 쓰고 있지는 않네요.
대학 입학 후 서울로 상경하면서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이 생겼습니다. 자취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금전적인 여유도 없고, 노트북 (삼성 시리즈 8입니다) 내장 사운드 성능도 크게 나쁘지 않아서 노트북에 달린 꽃게텍 칩셋을 그냥저냥 써먹고 있었죠.
그러다가 외장형 사운드카드를 (정확히는 사운드블라스터)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DAC를 사게 되었습니다. 각종 덕질과 데이터시트 탐닉 끝에.. 적절한 가성비랍시고 뮤질랜드 사의 Monitor 03 plus란 모델을 사게 되었죠. 100달러대 초반인데 SNR 123db 찍는 친구입니다. 중국 사이트 가면 측정치도 나와 있고요. 내부 부품들도 상당히 충실합니다. FPGA로 DSP를 만들어서 쓰는 것도 있고, 헤드폰 앰프 단도 충실하니까요. 들어보면 상당히 깔끔하고 기본기 있는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멀티채널 오디오에 맛이 들어서 터틀비치 사의 Elite Pro TAC를 샀죠. 이놈은 사운드 성능은 그지같지만 DTS Headphone X가 달려 있기 때문에 대충 5.1채널 음원 아무거나 쥐어주면 나야 할 데서 소리 잘 납니다. 예전에 쓰던 SRS나 돌비 헤드폰 같은 물건이랑은 차원이 다른 물건이죠. (체험을 원하시면 nPlayer 같은 걸 지르시면 됩니다?)
근데 저 뮤질랜드를 잘 쓰고 있다가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이게 드라이버를 발로 만들었는지, 헤드폰 단이랑 라인 아웃이랑 릴레이로 전환하는 식이었는데, 이게 기본은 라인아웃이고, 헤드폰 단을 쓴다고 드라이버에서 설정하면 헤드폰 단으로 신호가 전환되는 식입니다. PC가 꺼지면 다시 돌아오고요. 근데 이게 아예 켜진 상태와 꺼진 상태면 모르겠는데, 요즘 노트북은 절전모드에서도 USB 포트에 전원을 공급하지 않습니까? 그동안은 노트북 덮개 닫아도 아무 일도 안생기게 해놨지만 전기세 아껴본답시고 절전모드를 설정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릴레이가 꺼지면 다른 쪽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헤드폰단의 오른쪽 단자 쪽이 합선이 되는가 싶습니다.
어느 날 헤드폰을 만져보니 오른쪽이 뜨겁고 들어보니 오른쪽 소리가 거의 안 나더라고요. 아.. 보이스코일이 간겁니다. 그래서 포칼 리슨을 날려먹었습니다. 처음에는 포칼 리슨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오디오테크니카 LS50도 날려먹은 다음 저게 문제인지 기어코 알았습니다...
그후 헤드폰은 오디오테크니카 MSR7을 사서 쓰고, 사운드 카드는 예전의 꽃게텍으로 돌아온 상태입니다. 기글 보다보니 메이쥬 게 좋아보여서 주문을 넣어 놨습니다...... (물론 칩셋 데이터시트는 한번 읽은 다음 주문했습니다.)
여담 : 이건 헤드폰 이야기고 집 오디오는 이와 별개로 잘 살다가 지금은 야마하 RX-V585에 죄다 흐드미로 꽃았다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