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즈 요시히로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명에서 싸움 잘 해서 악명을 떨친 다이묘입니다.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을 막아서서 전사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죠.
그는 1600년 일본에서 세키가하라 전투가 일어나자 이시다 미츠나라의 서군 측에 섭니다. 그러나 전투는 적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끄는 동군의 승리였고, 시마즈는 통 속에 갇힌 쥐 신세가 되었습니다. 포위한 동군의 병력은 자신의 10배를 넘는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당시 시마즈 군은 이대로 항복하거나 도망치면 잡혀서 죽고, 싸워도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무기력하게 포기하면 자기 가족과 고향도 박살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싸우다 죽기로 결의합니다. 그리고 기왕 싸우게 된 거 멋지게 포위망도 뚫고 포로도 구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 시마즈군이 쓴 전술이 바로 가문 고유의 진법 스테가마리(捨て奸)였습니다. 본진이 도주하는 동안 수 명의 팀으로 나눈 저격수가 후미에 남아 추격해오는 적 부대의 지휘관을 저격하고, 저격 후에는 총을 버리고 적진에 뛰어들어 시간을 버는 진법이며, 이를 무한반복 합니다.
당연히 참가자는 100% 죽는 말도 안 되는 전법이었는데, 동군은 이판사판으로 덤벼드는 시마즈 군에게 기가 질렸으며 이이 나오마사 등 주요 지휘관들도 당해버리자 결국 시마즈 군을 막아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퇴로상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진지도 있어서 여차하면 도쿠가와도 죽을 판이었습니다.
이 후퇴전으로 약 1500명의 시마즈 군 중 80명만 살아남았으나 오사카 성에 갇힌 포로까지 풀어주는 등 전설적인 업적을 세웁니다. 그래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질려버려서 시마즈 가문을 놔둬버립니다. 그리고 400년 후 일본은 러시아와 미국에게도 이런 무모한 돌격을 일삼다가 수많은 군인을 밭의 거름으로 만들어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