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란 물건이 금방금방 바뀌는거도 아니고, 한번 세대가 바뀌면 프로세서와 내부구조를 포함한 거의 모든것이 갈아엎어지기때문에 보통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하위호환은 잘 못챙기게 되죠. 요즘 콘솔은 뭐 내부구조가 거의 가정용 컴퓨터랑 다를바가 없으니 이젠 그나마 덜하긴 하겠지만, 불과 몇세대 전까지만 해도 새 기기가 나올때마다 하위호환을 위해 전세대기의 하드웨어를 추가 장착해야 했습니다. 물론 2세대 이전모델의 경우처럼 충분히 에뮬레이션으로도 땜빵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한 경우는 제외겠지만. 암튼 이는 원가의 상승과 적은 마진, 그리고 MSRP의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기에서의 하위호환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위호환을 지원함으로써 그 게임기의 포텐셜이 늘어나게 된다는건 사실아닌가요? 하나의 콘솔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 게임기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할수도 잇죠. 또한 신형 후속기기가 막 출시하는 시기 부족한 게임의 수를 전작 하위호환으로 채움으로써, 게임기가 나오자마자 구매하려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세대기의 게임을 전부 즐기지 못한 채 후속기로 넘어가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발판을 마련해 줍니다. 요즘 콘솔들은 세이브 계승도 쉽게 되잖아요?
게임콘솔에 보편적인 하드웨어 구조를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물론 개발의 편의성도 있지만 하위 호환 때문이기도 하죠. 세가사탄이 망한이유는 이름을 그따구로지어서 사탄의 저주를 받은게 아니라 웬 SH-2를 두개나 처박아버리고 거기 비디오칩까지 끼얹어버린 복잡하기 짝이없는 구조때문이었고 이 구조로 인해 게임개발만 어려운게 아니라 후속기에서의 하위호환을 챙길수 없어 그나마 괜찮았던 사탄 명작마저 즐길 수 없게되어 드캐는 망하게되었죠.
물론 드캐가 망한 이유는 아주 많지만 그중 하위호환이 한몫했다는건 사실입니다. 진짜 나는 마리오보다 소닉이 더 재밌고 이 고슴도치의 가시조차 껴안고 부비부비 할수있다 하는 원조 오리지널 소닉빠가 아니고서야, 드캐보다는 PS1게임이 돌아가고 잠재적인 PS2게임도 돌릴수있는 모 DVD 플레이어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게 사실이죠.
그래서... 더럽게 크고 소리도 시끄럽지만 PS1,2게임이 돌아가고 추후 PS3게임도 돌릴수있으면서 화질도 죽이는 모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구세대 기기의 하위호환이 되었었습니다. 아... 블루레이 플레이어라기보다는 가정용 미디어센터 기기로 보는게 더 맞겠군요.
"PS3는 게임기가 아니다" - 전 소니 사장 구라까기 쿠타라기 켄 曰
본인도 그렇게 주장했고(?) 실제로도 그랬죠. PS2가 DVD플레이어로도 잘 팔렸던 사실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후속기를 단순 게임기보다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기획하자는 발상 자체는 좋았고, PS3에 CELL/BE를 적용함으로써 가정용 멀티미디어 기기로써는 갓직히 지금봐도 안 아쉬울정도로 뛰어난 화질과 압도적인 미디어 재생 능력을 얻을 수 있었으나... 정작 본목적인 게임용으로는 그닥 좋지 않아 초창기에는 엑박360한테 신나게 털리고 중후반기 - 황혼기 가서야 안정화가 되었으니.
암튼 각설하고 물론 요렇게 생겨먹은 40기가짜리 참치플스는 순정상태에서 PS2 디스크를 삽입하면 그대로 구동가능합니다. 물론 참치가 전부 완벽한 PS2 하위호환을 지원하는건 아니고, 리비전이 달라지면서 PS2 관련 칩들이 몇개씩 빠지기 시작합니다. CECHC~CECHE 모델은 PS2의 CPU인 Emotion Engine이 삭제되고 PS3 CPU에서 가상으로 처리합니다.
그리고나서 슬림모델이 출시되면서 피도눈물도없는 원가절감을 거치고 메모리카드 포트와 USB단자 2개 그리고 터치식 전원키가 삭제되면서 동시에 PS2 관련 칩셋이 전부 삭제되고, 펌웨어에서도 ps2 디스크 호환기능이 삭제되어 ps2 디스크를 넣으면 미지원 디스크라고 뜨면서 ps2 게임이 구동되지 않는 기기라고 경고문이 뜹니다.
하지만 전 바닐라가아닌 커피를타먹는 어드밴스드한 유저이므로... 어떻게든 돌립니다.
사실 ps2 하위호환기능이 아주 완전히 날라간건 아니거든요. 하드웨어적으로는 삭제되었으나 소프트웨어 방식 에뮬레이션 기능이 남아있기때문에, 순정 상태에서 PSN을 통해 PS2 클래식 게임들을 받으면 PS2 게임이 돌아가기는 합니다. 물론 구동방식이 디스크와는 판이하게 다르죠. 또한 이 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겟지만 신형 PS3에서는 쓸모없어보이는 PS2 가상 메모리카드 유틸리티 기능이 빠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착안하여 PS2 규격의 디스크를 ISO로 마운트해서 에뮬레이션으로 구동하고 메모리카드는 가상 메모리를 통해 구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CFW의 역할이죠. 물론 이경우 정품CD도 ISO로 따서 내장 HDD에서 하지않으면 구동불가능합니다.
PS2 게임구동시에는 PS 버튼을 눌러도 바로 게임 메뉴로 진입할 뿐 XMB가 뜨지않으며, 신형 플스에서 PS2 게임을 구동하면 CPU와 그래픽 칩셋을 풀로드로 구동하면서 S위 메뉴에서 칩셋의 온도를 표시해주는 CFW 전용 기능을 적용해뒀습니다.
PS3를 위한 CFW 플러그인에는 팬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일종의 하드웨어 및 전원 컨트롤 칩인 SYSCON에서 제어하는 값을 강제로 Override하고 온도에 따라 미리 설정된 속도로 팬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근데 PS2 소프트웨어 구동시 RAM에서 플러그인이 unload 되기때문에, 일정 %로 고정된 팬스피드만 사용이 가능해지거든요. 다이내믹 팬 컨트롤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온도를 보고 수동으로 조절하라 이건데 40% 정도 되면 50도 선에서 유지가 되니까 적당한거 같습니다.
PS3의 SYSCON에서 컨트롤하는 FAN 속도는 워낙 보수적으로 잡혀있어, 소음이 적은 대신 CPU의 발열을 원할하게 배출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죠. 과열로 인해 납이 녹아버려 회로 내부에서 접불이 발생하는 보드크리인 YLOD 역시 이로 인한 문제 중 하나이며,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과열은 보드에 무리를 줍니다. 특히 써멀이 굳어버린 오래된 기기에서는 게임 좀 하다가 과열로 다운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PS3를 오래 사용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초보 사용자가 막 제어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기능은 아니라 순정펌에 적용시키기는 좀 그렇겠고 따라서 커펌을 하는 좋은 핑계가 되기도 하죠. 뭐 앞서 말했듯 실제로 유용한 기능이기도 하고.
참 글하나쓰는데 잡소리를 이렇게 많이한다는건 그렇다치고 본론으로 넘어갑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2, PS2용 게임이죠. 초딩시절 PCSX2에 깔아서 했는데, 이걸 진짜 플스로 하게된다니. 물론 초딩시절 PCSX2에서 한 그건 당장 게임패드 없이 컴퓨터 키보드에 키 맵핑해서 쓴거라 아날로그 스틱도 없고, 컴 성능이 후달려서 미사토가 사는집만 들어가면 프레임드랍이 일어나버리거든요. 미사토네 집에서 AT필드를 올릴 기회가 많고 잠도 거기서 자는지라... 정상적인 플레이는 좀 힘들었습니다. 미사토네 집이 에반게리온 2 게임을 통틀어 꽤 복잡한 구조이기도 하고...
게임성은 적당히 괜찮고 아이디어도 신선합니다. 진짜 에반게리온 만화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게 일상생활과 전장을 오가는 게임인데, 일상생활 속에서의 'AT필드'는 마치 현재 기분을 수치로 표현한 개념이라 정말 말그대로 시시때떄로 변하고 들뜬기분일땐 올라갔다가 우울할땐 지혼자서 떨어지고, 신지가 아스카와 사랑에빠져서 나의 아스카짱은 그렇지 않아를 외칠때에는 팍 올라가기도 하죠.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AT필드가 사도와의 싸움에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포함해서 에반게리온의 종합적인 능력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스탯이 됩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기분이 전투력에 영향을 미친다는게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이걸 너무 과하게 하다보니 게임자체가 너무 귀찮아집니다. 아스카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지 말지도 직접 결정해야 하고, 캐릭터의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느린데다가 언제 사도가 나타날지 모르고 언제 AT필드가 떨어질지 몰르기 때문에 세이브 로드 신공도 너무 귀찮습니다. 게다가 처음 플레이시에는 사실상 요구 AT필드까지 올리는게 불가능해요. 첫플레이 후반부에서는 뭔 70이 넘게올리라하는데 남들이랑 얘기좀하고 먹고싸고자면 50정도 됫다가 네르프 한번 갔다오면 40대로 떨어져있는데 70?? 말같지도않은 개소리는 그만하시죠 안노감독님...;;;
'게임으로써 즐길 수 있는 선' 을 넘어도 한참 넘어버린 점이 몇가지 있긴 해도, 재미는 있습니다. 추억보정도 있고. 그래서 일부러 이전 세이브 다시 안불러오고 그냥 첨부터 하는데, 정말 어떻게해도 다 써드임팩트가 일어나는 배드엔딩이라 좀 그렇군요. 물론 에바가 파괴되고 신지가 죽어서 그런 엔딩이 뜨는것 뿐 해피엔딩이 있다고는 합니다. 근데 맨마지막 양산형에바는 어떻게 물리쳐야 되는건지... 차라리 N64판 에반게리온 게임은 진짜 실시간으로 에바랑 사도가 싸우는거라 정말 재미잇게 했었는데, 이건 좀 지루하거나 쓸데없이 난해하고 어려운 면도 없지 않아 있네요.
그래도 에반게리온 좋아하시다면 해볼만한 게임은 맞는거같습니다. 이 게임의 타이틀이 <신세기 에반게리온 2> 인 이유도 단지 PS2용이라 2가 붙은게 아니라, 일상생활과 전장을 오가고 능동적으로 전략을 짜서 사도와 싸움으로써 새로운 에반게리온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라? 는 의미라고 하는거같던데. 물론 국내 인터넷에 공략자료가 많이 없으니 그점은 참조하시길...
Emotion Engine을 마구 갈구는 그런류의 게임은 아니라 에뮬레이션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PC에서 PCSX2 돌리는것보다 부드럽게 돌아가네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