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손을 자랑하는 제게 왠일로 누님이 수리 의뢰를 했습니다.
사실 수리 중간에 뭘 말아먹은적은 몇번 없는데 어쩌다 보니 마이너스의 손이 되어버렸...
기글러라면 모두 알 회사인 모뉴엘에서 나온 로봇청소기에요.
바닥 먼지를 쓸어서 흡입롤러로 보내주는 오른쪽 솔이 작동을 안한답니다.
겸사겸사 배터리도 봤는데, 12.8v 1400mah 짜리 리튬인산철 배터립니다.
20분 정도 작동하면 밥달라고 징징거리는 통에, 신품을 알아봤더니 2.6만정도 하더군요.
사실 부도 직전에 재고 털이로 이 배터리팩을 초염가에 대량으로 풀어버린 적이 있어서 파워뱅크 자작하시는 분들이 많이 사서 쓰는걸 보긴 했습니다.
이 청소기가 2012년 말쯤에 무슨 포인트로 사서 몇번 쓰고 창고에 박혀있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빛을 본 물건인데,
그 세월동안 박혀 있던걸 생각하면 지금 20분 작동하는것도 신기할 지경이에요.
암튼 20분이면 방 하나 청소는 가능하니 일단 배터리 교체는 미루기로 했습니다.
전 내부 모터나 기어가 나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오른쪽 솔 내부의 고무가 오래되어 가소제가 빠지며 일부분이 찐-득하게 녹아내려서 눌러붙은게 원인이었어요.
부품을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그냥 고착된 부분을 잘라냈습니다.
결과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정상작동하네요;;;
뜯은 김에 먼지통이랑 롤러 분해해서 물청소 후 건조중입니다.
청소까지 다 하는데 30분쯤 걸린 것 같네요.
다음 타자는 세븐라이너 종아리 마사지기? 입니다.
롤러로 문지르고 공기압 채워서 주물러주는 방식인데, 문지르는건 멀쩡한데 주무르는 기능이 안된답니다.
일단 뜯습니다.
신기한 구조더라구요. 큰 모터 하나에 자동차 디퍼런셜 같은걸로 양쪽에 동력을 전달하고
축에 오른쪽과 왼쪽 각각 벨트를 걸어서 롤러를 위-아래로 굴리는 구조였습니다.
아래쪽 검은 스펀지 안에 공기펌프가 있는데, 테스트해보니 여기엔 문제가 없었고
실리콘 배관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더 살펴보니 공기가 차는 파우치에서 누설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다 뜯어내야 한다는 결론...
누설지점 찾아서 어찌어찌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괜히 더 뜯었다가 멀쩡히 돌아가는 롤러 기능마저 안될까 우려한 의뢰인의 강력한 의견을 존중해서 그냥 닫습니다.
간만에 수리 스킬로 집안일 좀 돕나 했는데 뭔가 수리 같지 않은 수리 후기가 되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