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논현역 쪽에 끌려갈 일이 있었는데, 겸사겸사 점심밥도 먹게 됐습니다. 그런데 논현역은 순전히 술 한잔하는 분위기지 주변에 건전하면서도 고급지게 밥만 먹고 끝날 곳이 도통 보이지 않더군요.
역에서 너무 먼 곳은 가기 힘들고, 무작정 제 취향으로 갈 분위기도 아니라서 만만한 중국집으로 가게 됐습니다. 사실 이 '중국집'이란 말에 포함되는 범위가 너무 넓단 말이죠. 배달만 하거나 현금만 받는 완전 저가형부터 시작해서 정장 입은 분이 서빙하는 고오급 레스토랑까지.
이번에 간 취영루는 후자에 속합니다. 건물 하나를 통으로 쓰고, 입구에 뭔 인증 같은 것도 많이 붙어 있고, 제가 가게 찾을 때 제 1 조건인 다음지도 리뷰 100개 이상도 채웠어요. 리뷰에 좋은 내용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거야 뭐 다 그렇고.
음식나왔다 에헤헤 인증샷 찍어야지 이럴 분위기는 아니라서 그냥 밥만 먹었는데, 먹는 순간 눈이 띠용 하고 튀어나올 그럴 맛은 아닌데 맛있더군요. 물만두 소는 어디서 먹어본 그 맛이나 만두피가 참 부드럽고, 푸짐한 해무을 덮은 잡탕밥이나 다른 곳과 분명 다른 국물맛까지.
이걸로 끝났으면 응 그냥 무난하게 맛있네 하고 말았을텐데,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가 않더라구요. 대표 메뉴인 물만두가 5천원에 한접시니까. 사실 물만두고 짜장면이고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봤자 물만두와 짜장면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나름의 개성있는 맛을 추구하면서 돈이 안 아까운 양으로 내놓으면 그게 맛집 아닐까요.
오래된 집은 이래서라도 믿고 갈만한가 봅니다. 다음번에 논현 가서 먹을게 또 애매한 상황이 생긴다면 다시 가봐야겠어요. 그땐 사진도 좀 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