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갑옷의 발전 양상이 다른 아시아와는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먼저 조선을 보죠.
찰갑. 한국 역사의 시작부터 조선 중기까지 쓰였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
사슬갑. 강철 사슬을 마치 옷처럼 엮은 갑옷으로 유라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안 쓰는 곳이 없었습니다.
경번갑. 사슬갑의 단점인 짜르기 공격이나 강력한 타격을 대응하기 위해 철판을 덧댔습니다.
두정갑. 천옷 안에 철판이 숨어있습니다. 방어력은 서양의 판금갑보다 살짝 모자란 정도이나 유지는 훨신 쉽습니다.
중국과 조선의 경우 갑옷이 찰갑과 사슬갑-경번갑-두정갑 테크를 탑니다. 하지만 판금갑까지 발전하지 않았는데 그건 두정갑이 판금갑과 비교해서 방어력은 살짝 낮지만 대신 유지와 보수가 쉬워서 방어력은 좀 높지만 관리가 귀찮은 판금갑과 트레이드 오프가 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총과 대포의 시대라서 갑옷이 의미도 없고요.
왼쪽부터 고대부터 전국시대까지 일본 갑옷. 고대의 찰갑에서 통풍과 활동성만 높여갑니다.
전국시대 후반 일본갑옷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갑옷처럼 변해갑니다. 이 갑옷 주인은 오다 노부나가.
그런데 일본 갑옷은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어서 옛날 찰갑을 계속 개량하다가 16세기부터 서양과 교역하면서 서양식
갑옷을 점차 참조해나가기 시작해서 서양+일본의 특이한 갑옷이 나타나다가 에도 막부가 들어서면서 멈춰 버리죠.
주로 이런 서양식 갑옷은 유럽제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일본의 철강기술과 철광석으로는 유럽의 톨레도나 졸링겐 강철만큼 강력한 강철을 만들기 힘들어서였습니다. 그래서 가격과 수입 문제, 그리고 제작의 어려움으로 일본 갑옷을 완전히 평정하지는 못합니다.
일본은 보면 역사 발전도 석기시대에서 갑자기 청동기시대를 건너뛰고 철기시대로 바뀌어버리고, 갑옷도 보면 찰갑에서 갑자기 판금갑으로 뛰어건너가는 등(물론 사슬갑이 있긴 했는데 비주류) 재미있어요. 다행인 점은 판금갑으로 완전히 넘어간 후 임진왜란에 처들어오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17세기까지 동서양 막론하고 판금갑옷을 입은 중기병이나 중보병은 최악의 적이었거든요.
그리고 일본 제련기술을 살펴보면 대규모 중기병을 운영할만큼의 판금갑옷을 만들기도 힘들었을껍니다.
일본은 대부분 사철이여서 그 품질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