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저번에 포르쉐의 상징적 모델인 911, 그 중 최신형인 992 Carrera 4S 를 타봤습니다.
포르쉐는 지금까지 카이엔, 박스터, 파나메라를 타봤는데, 이번에 911도 타봄으로써 안 타본 모델은 타이칸과 마칸만 남았네요. 요 칸 시리즈들은 관심이 아예 없는지라 아마 평생 타볼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는 20년된 썩차 타고 다니는 가난한 소시민이라 직접 소유해본적은 없고 타보기만... ㅋㅋㅎㅎㅋㅎ ㅠㅠ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부자가 되는 상상만 하고 살고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차주인 친구가 잠깐 차를 빌려줘서 반나절 가량 타봤습니다. 주말에 어디 멀리 나가기도 힘들어 에버부르크링으로 유명한 용인 에버랜드 뒷길에서 가볍게 와인딩을 즐겨봤네요.
소감으로는
- 배기음이 생각보다 별로다. 이건 아마 992에서 더욱더 심해지지 않았나 싶네요. 시동 걸 때는 우르르쾅쾅 하면서 순간 내가 스포츠카를 탔구나, 그런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그게 끝입니다. 주행중에는 너무나 실망스럽네요.
- 생각보다 편하다. 차체는 분명 단단하지만 일상주행은 충분히 가능한 수준입니다. 특히나 정체구간이나 초고속에서도 운전 피로도가 꽤 적기 때문에 스포츠카 치고는 굉장히 편안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스포츠카 기준입니다.
- 너무나 빠르고 안정적이다. 고속으로 와인딩을 하는데 불안한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습니다. RR이라 그런지, 4륜이라 그런지, 후륜조향이라 그런지는 짧은 주행시간으로는 확인하기가 어려웠지만, 고속에서도 스티어링을 굉장히 날카롭고 세밀하게 할 수 있으며 '이게 된다고?' 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너무나 쉽게 코너를 파고들을 수 있습니다.
- 재미가 없다. 위의 내용에서 이어집니다. 차가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고속에서 너무나 쉽게 조향할 수 있다보니 뭔가 이 차가 지금까지 내가 알고있고 몸소 느꼈던 물리학을 벗어나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해줍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습니다. 순전히 내가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고, 뭔가 슈마허가 나타나서 세세한 컨트롤을 대신 해주고 있는 느낌? 레이싱 게임에서 주행보조 시스템을 전부다 키고 하고 있는 느낌? 게다가 이 차는 한계에 다다르면 지금까지 이-지 모드였던 것이 갑작스럽게 극-헬 난이도로 변경되어 엄청 무서워집니다. 근데 한계에 가지 않으면 이-지 모드라서 재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차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없는 거 아닌가? 참으로 요상한 차입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차주도 그랬고 다른 분들도 다 비슷하더군요.
- 맘에 드는 센터페시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르쉐는 이상한 비행기 콕핏 모양의 센터페시아 유행을 타면서 센터페시아에 쓰잘데기 없는 버튼들을 다 때려박아 괜히 어지럽고 복잡하게만 느껴졌지만, 요번 992 모델은 센터페시아가 많이 간소화되어 상당히 깔끔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나오는 파나메라처럼 필요한 버튼도 없애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세대의 파나메라 GTS는 송풍구 조절을 하려면 터치스크린으로 버튼 찾아서 눌러야 하는데 주행 중에 이걸 하려면 상당히 골때리더군요.
- 아쉬운 센터 디스플레이. 센터 디스플레이가 상당히 깊숙히 박혀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이해가 가는 디자인이지만, 너무 깊숙히 박혀있는지라 카플레이에서 티맵을 사용할 때 하단부 버튼들이 잘 안눌립니다. 주행 중 아는 길이 나와 경로취소 버튼을 누르고 싶은데 손가락이 잘 닿지 않아 자꾸 지건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멋진 모습에 이건 빚을 내서 사야하나 싶었지만 막상 직접 타보니 비싸서 사고싶은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