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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관련 내용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하드웨어에 신경을 잘 쓰지 않게 된 지 1년쯤 되었을 것 같습니다.
1년 반 정도 전에 구축했던 라이젠 홈서버도 지금은 전원을 넣어본 지 몇달은 지난 것 같습니다.
발전의 속도가 더뎌저가는 하드웨어 시장을 탓해보지만, 실상은 제가 컴퓨터로 뭐 대단한 걸 안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취미들을 다양하게 접하다 보니 하드웨어가 뒷전으로 쳐지는 것이 가장 클 것입니다.
그렇기에 늘 그렇듯, 오늘도 하드웨어랑은 크게 관계 없는 이야기입니다.
1. 키보드
...라고 말은 했지만, 일단 그래도 하드웨어 비슷한 것으로 글을 시작해 봅니다.
키보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은 올해 초, 그러니까 아직 1년이 좀 안 되었습니다.
키보드에 대해서는 지난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미 하고 싶었던 말은 거진 다 한 주제입니다.
그렇지만 공동 제작이라는 취미의 특성 상, 한창 열을 올리던 중에 구매했던 것들이 아직도 전부 도착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근에 도착한 물건을 하나 소개해 볼까 합니다.
TheVanKeyboards MHKB / XDA Oblique
TheVanKeyboards라는 곳에서 공동 제작한 MHKB라는 키보드입니다.
최근에 엑스트라로 풀린 XDA Oblique 키캡을 꽂아 주었습니다.
올드맥 키보드에서 영감을 따 온 각인이 잘 어울립니다.
요즘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입니다. 무선은 아니에요. 사진은 연출.
이 녀석까지 키보드가 대강 열댓 본 정도 되네요. 박스에 들어가서 안 쓰는 것들이 한 대여섯 개 되지만.
그렇게 돈과 시간을 쏟아부은 취미이지만, 멀어졌다는 건 다른 의미로는 돈 쓸 만한 다른 구석이 생겼다는 것도 됩니다.
2. 커피
커피를 볶기 시작한 지야말로 1년이 조금 더 되었습니다.
커피를 볶아먹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 중순입니다.
글쎄요, 왜 볶아먹기 시작했느냐 물으면... 단순한 호기심이었지 않을까요.
얼핏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아프리카 전통 방식 커피 로스팅 정도는 집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강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림은 이런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무작정 볶지 않은 커피 생두 2키로를 사다가, 시즈닝 잘 된 주물 냄비로 볶기 시작했었습니다.
약 1년간 취미활동의 사이클을 겪으며 달아올랐다가 식기도 하며 꾸준히도 볶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모하다고밖에는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시에는 커피의 추출이 잘 된 건지 아닌지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는데, 그 주제에 커피를 직접 볶는다니요.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를 우리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은 나아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직접 볶는 커피에 조금씩 조금씩 더더욱 만족하지 못하게 되어갔습니다.
무엇보다도 냄비로 커피를 볶는 것은 전적으로 감에 의존하는 것인데,
그보다는 조금 더 방법론적인 방향으로, 데이터를 취득하고 분석하여 피드백 루프가 이루어지는 것을 원했습니다.
여기에서 취미를 접고, 전문가가 볶는 커피를 사다 먹는 생활로 돌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면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던가요...
8월 초에 대만에서 온 Quest M3s 커피 로스터입니다.
뭐,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커피를 내려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커피를 볶는다는 것 자체가 취미가 된 이상은 (그리고 어느정도 재정적 여유가 있는 이상은) 전진하는 것 밖에는 없겠지요.
사진은 받고 설치한 당일 찍은 것이고, 지금은 좀 더 복잡해졌습니다.
가령 아두이노에 써모커플을 물려서 로스팅이 진행됨에 따른 온도 데이터를 취득 및 기록한다던지요.
어제 볶은 콜롬비아 팔레스티나 제리코입니다.
대강 이런 느낌으로 말이죠.
그렇지만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에 담기에는 안 그래도 긴 글이 더 길어질 것 같고, 게다가 지루한 내용이 될 것에다가,
무엇보다도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할 만한 수준의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으로 한달동안 커피를 볶아보면서 여러가지를 느꼈습니다.
하나만 꼽자면, 생각보다 주물 냄비로 볶은 커피가 괜찮다는 것.
비록 구조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웬만큼 대충 볶아도 생각보다 괜찮은 커피가 나온다는 겁니다.
그에 비해 본격적인 드럼 로스터기는 잘못 볶으면 정말 못 먹을 수준의 커피가 나옵니다.
당장 그래도 이정도면 마실 만 하겠다 싶은 커피를 볶은 것도 잘 해야 며칠 전 부터이니까요.
그래서 만일 누군가 커피 로스팅을 한번 체험해보고 싶다 하면 저는 주물 냄비를 추천할 겁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리상으로 제가 볶은 커피를 남들과 같이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가끔씩은 지근거리에 제가 볶은 커피를 평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3. 글쓰기
한 취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수록 다른 취미에는 소홀하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그게 글쓰기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곧 있으면 글쓰기 앱의 1년 구독이 갱신된다는 메일을 받아서입니다.
종종 드는 생각으로는 사실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망상을 할 핑곗거리가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단지 그 망상을 다듬고 또 다듬어 남들이 읽어줄만한 한 편의 글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겠지요.
"취미생활의 소강기" 라고 한다면 딱 맞을 것입니다.
소강기가 끝나고 다시 비가 힘차게 쏟아내릴지, 아니면 기나긴 가뭄이 올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에 갱신되는 1년 구독권이 무의미하게 낭비되지는 않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4. 핫소스
핫소스에 맛을 들인 것은 고작 한달하고도 조금 더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열 병이 넘는 핫소스를 사면서 반도 다 못 먹고 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어느새 냉장고를 보니 다 먹은 것까지 치면 스무 병이 넘는 다양한 핫소스를 상비해놓고 소비중입니다. 다 먹은 것만도 일곱 병이네요.
물론, 핫소스를 만드는 거라면 모를까, 공산품으로 판매되는 핫소스를 사다 먹는 것은 취미라고 하기에는 어렵겠지요.
매운 맛이 느껴지나? 싶을 정도의 핫소스부터, 이건 정말 몇 달은 쟁여놓고 먹어야겠다 싶을 정도로 매운 핫소스까지.
그 다양한 정도의 매운 맛과 그보다도 더 다양한 맛을 즐기는 중입니다.
벌써 세 번에 걸쳐서 주문을 했고, 이젠 거기에 모자라서 월간 구독까지 끊었을 정도면 말 다 했지요.
핫소스를 그렇게 먹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사용된 고추의 품종에 따른 맛의 차이도 느껴집니다.
가령 캐롤라이나 리퍼를 사용한 소스는 고스트 페퍼/부트 졸로키아와는 구분되는 특유의 씁쓸한 맛이 있다던가, 스콜피온 칠리의 경우에는 약간 새콤달콤한 과일 느낌이 있다던가요. 또한 하바네로가 정말 완성도가 높고, 그만큼 다양한 핫소스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도 말이지요.
어떻게 보면 농산물로서의 커피와도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매운 것은 정말 질색이다" 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핫소스를 시도해 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고추와 식초만으로, 거기에 각종 야채, 과일, 향신료까지 넣는 소스까지 다양하니까요.
Hot Ones 자체 브랜드 소스나, Torchbearer, Dirty Dick's 정도는 무얼 골라도 실패하지는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덕분에 치킨이나 피자를 먹는 빈도가 확 늘어난 것 같아요. 어떻게 뺀 살인데...
그래도, 아마 내년 이맘때 쯤이면 핫소스 월간 구독을 끊은 지 1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기제품 안써도 한번씩 전기통하게 해주는게 좋은걸루 알고있습니다.
관심은 없어도 청소하듯 관리를! 오지랖 부려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