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난 지 한달 쯤 지났어요. 세월 참 빠르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 정리해야 할 일도 많고요.
일면식 하나 없는 아버지를 애도해 주신 많은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소시오패스 아닐까 싶은 (안그래도 무슨무슨 테스트를 하면 보통사람의 범주에선 매번 벗어나지만요)
제 성격에도 이런 일을 겪으니 많이 심란해지네요.
생전에 별로 해놓으신게 없으셔서 법적인 부분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정리되고 있지만
커다란 문제가 생겼어요.
아버지께서 필름카메라나 slr같은 카메라를 중고로 사서 직접 손보시거나 전문 수리공에게 위탁해와서
다시 평화나라 같은 곳에서 파는 취미생활을 하셨어요.
문제는 이 카메라나 렌즈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거죠. 대충 봐도 수백 단위로 모아 놓으셨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계실 때에도 자신께서 모아 놓은게 못 받아도 몇천만원 상당은 된다고
수기로 작성하시고 그러셨는데... 그건 본인 주장이시고...
가족들의 솔직한 심정은 황색 쓰레기 봉투에 전부 담아서 싹 폐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고인이 마지막에 애지중지하며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꼭대기까지 렌즈 제습기 렉을
들고 올라와서 모아놓은 물건을 싹 버리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누구한테 팔수도 없고요.
일단 아버지 옷가지나 신발 같은 유품은 대충 다 재활용처리하고 정리했지만 부모님댁을 방문할때마다
답답하네요.
꼬질꼬질한 카메라가방만 3-40개 됩니다. 그 외에 영사기나 오래된 가전제품도 꽤 있고....
저장강박증후군? 이셨던거 같은데 엄밀히 말해 쓰레기는 또 없어요....
당장 몽창 버리기엔 양도 크기도 상당하니 몇달 걸쳐서 차근차근 치워야겠어요.
혹시나. 혹시나 오래되고 고장나거나 뭔가 부품이 이상한걸로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필름카메라 바디나 렌즈라도
받아서 조물조물하길 원하시는 분 있으시면 따로 쪽지나 댓글 주세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짐정리하다 버릴 바엔
장난감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라도 쓰시는게 더 의미는 있을거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