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와서 처음 절반은 별로 덥지 않았는데, 본격적인 일정이 끝나니 옷에 소금기가 남을 정도로 더워졌네요. 여기까지였으면 '그래 대만이 뭐 그렇지'하고 넘어갔겠으나, 어제부터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요. 하긴 대만이 그렇지.
타이페이 모 동네에선 차가 침수되고, 어제 열릴 롤 경기는 폭우 때문에 취소됐어요. 한국의 장마에서 국지성 호우 수준의 비가 계속 쏟아지는데, 이게 동네별로 워낙 편차가 심해서 그런가 기상청 정보는 별 도움이 안되는군요.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아까는 좀 돌아다녀야지.. 하고 나갔다가, 분명 우산은 있는데 가방이고 옷이고 신발이고 홀딱 젖은 채로 돌아왔네요. 이게 기다려서 그칠 비여야 좀 여유를 가질텐데 그것도 아니고.
숙소로 돌아오니 복도 위에서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꽉 막힌게 아니라서 거기로 물이 들어오는듯. 에어비엔비 후기에 '여키늗 짱마때 뽁또까 물떨어쪄효' 이런 식으로 써둘까 진지하게 고민중.
땀내나고 젖은 옷을 가방에 넣어 가느니, 그래도 지금 빨아서 내일 아침에 걷으면 낫겠지.. 하고 세탁기에 돌렸더니, 세탁기 배수구가 물이 넘치나 탈수가 안되네요. 손으로 대충 짜서 널어놨지만 덜 마른 빨래를 가방에 넣을 가능성이..
가장 골치아픈 건 신발입니다. 밤새내 에어컨을 제습으로 돌려두고 자도 내일 아침에 될런지.. 사실 여행 가서 신발이 젖으면 머리아프니까, 컴퓨텍스가 '너는 턱시도에 구두를 신지 않았으니 드레스코드가 안맞는군!'이러면서 안 들여보내는 곳도 아니고 해서, 아쿠아슈즈를 사서 신고 올까 하다가 평이 별로 안 좋아서 포기. 그렇다고 슬리퍼라도 하나 챙겼음 됐을텐데 그것도 까먹어서 대안이 없네요.
에이 뭐 어떻게든 집에는 들어가겠죠. 한 8시간만 참으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