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은근히 많으니 지난번 글에 리플이 많이 달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 정도로 많이 달릴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현재 상황을 자세하게 쓰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제 상황과 거리가 많이 먼 차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꽤 있으시더라고요. 

 

일단 돈이 없습니다. 갖고 있는 걸 완전히 터는 수준이 아니라 빚을 내서 이사하는거라, 중고차를 사도 풀할부를 때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것도 올해는 안 살거에요. 주말 마실용으로나 사는건데 이제 겨울이잖아요. 추운데 어딜 나가나요. 그러니 내년 봄에나 사지 않을까. 

 

그리고 주차장이 있긴 한데 거기에 차를 잘 집어넣을 자신이 없네요. 집 앞 골목길은 차 한대 지나가면 꽉 차버리고요. 지금 사시는 분은 거기에 택시를 넣었으니 중형차까진 주차가 된다는 소린데, 전 아무리 봐도 각이 안 나오더라고요. 연습하면 다 된다고 하지만 그 전까지 계속 박을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위의 두 가지 이유를 더하면 아무리 커도 중형차인데 그것도 별로 내키지 않고. 준중형이나 소형 SUV 중에서 보고 있지만 돈이 없으니 300~500만원에서 더 쓰고 싶지가 않네요. 이 가격이면 대충 10년 된 차가 나오는군요. 10년 전 컴퓨터는 완전 고물 취급이고, 10년 전 카메라는 쓰기 나름이라 생각하는데, 10년 전 차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가장 처음에는 기아 레이를 봤습니다. 6백만원부터 시작하네요. 회사 다닐 때, 그리고 제주도 가서 몰아봤으니까 가장 많이 운전해본 차거든요. 또 크기가 작지만 실내 공간은 넓어 주차하기도 어렵지 않고요. 단점은 경차 주제에 전혀 싸지 않다는 거. 마치 미니 ITX 폼펙터를 보는 것 같군요. 그리고 안정성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는 거. 어차피 내가 조심해도 갖다 박으면 죽는 건 마찬가지고, 바로 죽나 5일 동안 고생하다가 죽나 그게 그거라 생각하지만...

 

그 다음에는 현대 i30을 봤습니다. 이건 4백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되겠군요. 주차하기 편한 해치백(?)을 찾는데 골프를 사는 건 아무리 봐도 아니고 결국 남는 게 만만한 i30이더군요. 은근히 고평가하는 분들도 있고 말입니다. 그런데 애기랑 같이 다닐거면 역시 SUV. 'SUV와 승용차의 차이점은 별거 없다. SUV는 허리가 죽을듯이 아프고 승용차는 허리 아파 죽는다'라는 말을 보고 나니 SUV로 눈이 갑니다. 

 

그래서 기아 쏘울이 나옵니다. 이건 5백만원부터 시작. 한국에선 지지리도 인기 없다는데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기아차니까요. 그리고 마누라가 쏘울의 디자인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오히려 작년에 나온 신형 쏘울은 못생겼다며 싫어합니다. 원래 보던 차가 레이니까 거기서 좀 더 커진 셈이네요. 찾아보니 연비가 구리다 승차감 딱딱하다 하지만 어차피 멀리 다닐것도, 많이 다닐것도 아니니 그려려니 합니다. 

 

제일 만만한 선택이라면 아반떼일테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도 K3의 평이 나쁘진 않던데.. 이상하게 세단에는 눈이 안 간단 말이죠.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고집하는 이 취향 때문에 나중에 분명 크게 후회할 일이 올텐데 말이에요. 

 

혹시 몰라서 신차를 산다면? K-5 신형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비싸니 제외. 아반떼 신형도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여기까지도 부담되서 제외. 베뉴까지도 보긴 했지만 역시 신차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군요. 자주 탈것도 아닌데 큰 돈 쓰기가 참 싫어요. 중고차 샀다가 재수가 없으면 큰 돈 들어가긴 마찬가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