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노동자의 날이라 신나게 쉬려고 했지만, 친척어른의 간곡한 부탁으로 편의점에 나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휴일의 오피스 상권이라 손님도 없고, 그냥 랩탑을 펼처놓고 밀린 업무나 끄적끄적 하고 있었습니다.
허름한 차림의 3~40대 남성과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법한 남자아이 둘이 들어왔습니다.
보통 저 만한 또래들이 들어오면 자기가 먹고싶은 것들을 엄마에게 사달라는 듯한 투로 엄청 어필하는데,
그 두 아이는 무조건 가격표부터 보더군요.
이것 저것 보다가 결국 가성비의 끝판왕 컵라면 매대앞에, 1050원밖에 안하는 왕뚜껑도 1000원이 넘어가서 비싼거라고 어린 아이 둘이 이야기를 하네요.
결국 집어 든것은 850원짜리 육개장면이였어요.
아버지로 보이는 인물은 연신 음료수나 우유를 더 고르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1000원이 넘어가는 가격들을 보고는 라면이면 괜찮아요. 하더라구요
마음 같아서는 마실것 정도는 사주고 싶었지만, 행여나 아이들이 자존심 상해 할까봐 그러지는 못했네요.
유통기한 남았지만 너무 부풀어, 상품가치가 떨어진 냉장김치가 생각나서 좀 주긴했습니다.(어짜피 팔지 못해서 제가 먹으려고 둔것이다라고 설명)
그 아이들이 테이블에 앉아 라면을 먹는데, 비슷한 또래 아이가 들어와 자기가 먹고싶은것을 모조리 골라 엄마가 충전해준 교통카드로 결제하고 나가는것을 부럽다는 듯이 처다보는 두 아이의 그 눈빛이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처음으로 가난이 참 무섭다고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