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모바일 6.5이요.
플랫한 디자인은 2012년 윈도우 8의 등장 이후 본격적으로 보급되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시각적 복잡함을 최대한 억제하고 필요한 정보만을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도록 고안된 디자인으로, 당시에는 꽤 파격적이었을겁니다. 2012-13년 시기면 윈도우 8을 제외하곤 대부분 스큐어모피즘의 형태가 남아있었던 시기거든요. 하지만 플랫 디자인은 그 깔끔함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덕분에 빠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9년에 나온 윈도우 모바일 6.5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상당히 미래지향적이고 지금 기준으로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플랫 디자인의 요소를 많이 간직하고 있으며 기능상으로도 우월한 점이 많아요. 물론 WM 6.5는 기존의 스타일러스 사용을 전제한 포켓PC용 OS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일부 기능이나 UI 요소들에 한해 마이너체인지만 한거라, 버튼 없고 커다란 바타입 스마트폰의 형태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래도 시기를 고려하면 이 마이너체인지된 WM '6.5' 만의 고유한 디자인적 요소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WM 6.5의 디자인 철학은 Windows 7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플랫 디자인이 아님에도 여전히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적당한 미적 효과로 심미성을 만족시켜주는, 그렇다고 촌스럽거나 구세대적인 느낌도 들지 않는 그런 깔끔한 디자인이죠. 이전에 PDA용 OS를 만들던 경험에서 우러난, 00년대 후반의 타사 스마트폰에서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기능적인 우월성도 있고요.
WM 6.5 에뮬레이터로 실행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만져봣던 거의 초창기 스마트폰이 WM6.5를 탑재한 모델이라, 나름대로 추억이 깊이 새겨졌다고 보면 될거같네요
부팅을 하면 이런 깔끔한 소프트웨어 제조사의 화면이 나오는데, KT SKT U쁘라스라던지 버라이즌이라던지 하는 이상야릇한 로고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부팅화면에 애니메이션이 없는것은 아쉽지만 당시 모바일기기의 성능을 생각하면 뭐 그러려니 합니다
WM6.5에서 마이너체인지된 디자인 중 하나는 바로 잠금화면입니다.
2007년 애플이 잠금상태 중의 오동작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밀어서 잠금해제 개념을 도입한 이후, WM에도 새로운 잠금화면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디자인은 당시 아이폰의 그것보다 기능상으로 더 우월한데, 잠금 상태에서 알림이 도착할 경우 위에 있는 자물쇠 아이콘 옆에 숫자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걸 한번 누를 경우 밑으로 알림 아이콘이 내려오며, 그 아이콘을 잠금해제하는 방향으로 밀면 그 알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잠금해제 슬라이더가 위측에 존재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당시 스마트폰의 화면이 작음을 감안했는지 모르겠으나, 스마트폰을 한손에 쥐고 엄지손으로 조작하는 상황에 하단 슬라이더보다 더 자연스러운 자세가 연출되거든요.
거기다 여긴 투명 상단바가 달려있습니다. 세상에...
2011-12년 즈음의 안드로이드 기기에도 상단바 투명 기능이 제공되지 않았음을 고려해야죠. 성능상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WM6.5에는 투명한 상단바가 달려있으며 플랫 디자인과 유사한 감각으로 순결한 하얀색의 아이콘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바탕화면의 위젯인데, 특정 글자를 하이라이트하면 그 글자에 해당하는 정보가 중간에 표시됩니다.
이를테면, 맨 위에 짤려서 안나오는 Picture로 이동하면 최근에 추가된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Music으로 이동하면 현재 재생중인 음악정보를 볼수있고,
메시지나 이메일 등으로 이동하면 최근에 수신한 알림을 보여줍니다.
전반적으로 윈도우 미디어 센터나 XMB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네요.
아이폰에는 저런 개념이 없었고, 안드로이드에는 홈화면 위젯과 바로가기 아이콘 기능이 들어가 있엇습니다. 빠른 검색과 실행 및 뛰어난 확장성의 면에서는 안드로이드의 손을, 심미성과 직관성 및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윈도우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Start 메뉴는 폴더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WM은 다른 OS와 달리 시스템에 접근이 쉽게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한 레지스트리 수정이나 폴더 생성으로 시작 메뉴의 배열을 바꿀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앱 바로가기 같은것은 시작메뉴상에서 바로 구현이 가능합니다.
슬라이드하여 이동할 수 있는 아이콘은, 작은 화면에서의 오조작을 막기 위해 벌집형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실제 모바일 기기에서는 시작메뉴 오픈시 상단바 투명도가 더 어둡게 변합니다. 저건 에뮬레이터라 느려서 그게 늦게 진행된것 뿐이지...
2009년이면 상단바 슬라이드라는 개념이 이제 막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처음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시기니 뭐... 상단바에 있는 아이콘을 누르면, 그에 해당하는 알림과 설정이 팝업 형식으로 나타나서 바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당시의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이게 안됬죠.
거기다 메인화면에서 바로 미디어볼륨과 알림볼륨을 분리해둬서 따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이 깊네요. 안드로이드는 4.0이 되서야 들어간 기능으로 알고있습니다.
오히려 훨씬 옛날에 나온 XP가 더 깔끔한 느낌이네요. 더 옛날으로 가면 지금의 디자인이나 다름없는 (대신 색조합만 달라진..) 윈도우 9x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요.
뜬금없지만 부팅애니메이션 하니까 생각났는데 OS는 다르지만 안드폰 대부분은 부팅애니가 전부 png 시퀀스식으로 되어있어서.. 영상은 아니고 그걸 순차적으로 슬라이드쇼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사양 자체는 하나도 안먹고 용량이 문제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