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감상한 영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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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타임 패러독스나 서술트릭 사용한 작품들에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어렵습니다. 극장에서 나올 때 주변 관객들 절반 이상은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웅얼거리는 걸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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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지금까지의 놀란 영화들처럼 초중반에 친절한 설명과 빌드업을 차근차근 쌓아가다가 중후반에 인상적인 연출을 빵! 터뜨릴 거라고 기대하고 갔는데, 그것보다는 메멘토의 전개 방식이랑 더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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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해되지 않는 시퀀스들을 연속으로 일단 던지면서 관객이 연결점을 유추하도록 하는데, 메멘토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한계 안에 사건이 한정되는데다가 흑백/컬러라는 명확한 연출 힌트가 존재하는데 반해 테넷은 좀 더 까다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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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 자체는 상당히 많이 던져주는 거 같은데, 시간역행과 타임 패러독스라는 소재에 웬만큼 익숙한 관객이 아니라면 단서를 캐치하는 거 자체가 좀 무리입니다. 저는 큰 줄기는 어렵사리 이해했는데 솔직히 디테일은 꽤 많이 놓쳤어요. 그러다 보니 중후반부 클라이막스도 일단 보다가 한 5~10초 후에 '아 아까 그거..!' 하게 되고, 실시간으로 이해하면서 보는 것에 비해 감흥이 떨어집니다. 이 소재가 줄 수 있는 새로움이나 감흥이, 관객이 영화와 같은 호흡을 나누는 경험을 포기할 만큼 값진 것인가는 솔직히 조금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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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확실히 놀란 기존작들에 비해 훨씬 다이내믹해졌는데, 오히려 그 장점 때문에 화면에 눈길이 많이 가서 각본 이해가 더 어려운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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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번 더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