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쓰시는 분이라면 거진 대부분 동감하시는 문제일 것 같은데요
만년필 쓰다 보니 펜촉과 필기감 사이의 딜레마가 있네요.
동양 문화권, 특히 한 글자에 획이 많은 한글, 한자 같은 건 세필로 써야 이쁘죠
굵기가 굵으면 굵을수록 획간의 구분이 힘들고 글씨가 뭉텅이처럼 보여서...
그래서 일제 브랜드는 유럽 브랜드보다 촉이 굉장히 얇게 나옵니다.
근데 세필을 위해 얇은 촉을 써 버리면 발생되는 문제가 필기감이 떨어진다는거죠
경기용 스케이트를 신고 정빙한 빙판을 달리는 느낌과 같은 필기감이 만년필의 장점인데
세필 촉을 쓰면 쓸수록 스케이트 대신 바퀴달린 롤러 블레이드랑 비슷하게 된다고 할까...
여기서 종이가 매끈하지 않은 요철이 좀 있는 종이라면 말할 것도 없구요.
근데 그렇다고 막쓰는 글자가 아니라 두고두고 봐야 하는 글자를 굵게 쓰면 보기도 힘드니
참 어려운 문제에요. 필기감을 택할 거냐 아니면 글자의 퀄리티를 택할 거냐....
한글 같은 조합형 문자는 디지털이랑 필기에 그다지 최적화가 안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한자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