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글은 최근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의 감상평입니다.
제 스스로 최대한 자제하겠으나 자연스럽게 스포일러를 할지도 모르니 주의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책을 한달에 두권은 꼭 읽습니다.
고작 책 두권이 다독한다는 소릴 듣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한달에 책 두권이라는게 참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읽는 책에 딱히 제한을 두진 않습니다.
장르, 시점, 작가, 혹은 작가의 성향.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읽은후 제 입맛이었는가 아니었는가를 생각할뿐
책을 펴기 전에 사전 정보로 책을 평하진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구입한건 저번 주말이었습니다.
최근 소설책을 읽은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고
그나마 최근에 읽은 설국이 그다지 재미가 없었기에
서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소설을 베스트셀러라는 이유에서 구입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해변의 카프카를 읽은 이래 처음인데
사실상 작가의 스타일이란거에 전혀 아는바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 이런 서평을 적는것은 책을 완독한 이후에야 쓰는것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는 2권중 1권의 종반을 읽고 있습니다.
소설의 절반도 읽지 않고 해당 작품을 완전히 꿰뚫어보고 평하겠다는 취지의 글이 아닙니다.
사실 제가 저명한 평론가도 아닌데 거창한 글귀를 적어가며 별점을 매길리가 없지요.
제가 이 책에 기대한것은 무료한 시간을 티끌만큼이라도 생산적으로
텍스트를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지세우겠다 정도였는데
요 몇달간 이렇게 자음 모음 단어하나 문장하나에 공을 들여 읽은책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절반을 읽은 현 시점에서 이 책을 마스터피스라 부를만한 문장에서 빛이나는
그런 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책 읽기라는 행위를 지속하는 독자에게 얼마나 편안하고 세밀하게 전달해주는지
이렇게 세밀하고도 정직한 전달방식에서도 얼마나 간결하게 플롯을 전개하는지
소설가의 기교적인 측면에서 감탄을 자아내기엔 모자름이 없었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의 스토리 라인은 그리 복잡하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소품,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독자를 이야기에 빨아들이고
단어 하나, 문장하나에 모든 방향성을 지니고 해석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시한번 언급하지만 저는 아직 소설을 종주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책읽는 속도가 빠른편이 아니라 어떨진 모르겠지만
가볍게 읽던 기존의 소설과는 다르게 한 단락을 읽으며
소설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듣고있는 기분입니다.
글을 읽는데 속도가 느려지는것과 작품성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분명 작품성이 떨어지는글을 오래 붙잡고 읽진 않았던거 같습니다.
물론 한번 언급했지만 이 작품이 문학계에 길이남을 수작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토리는 뻔하지 않지만 가볍고, 상품성인지 작가의 성향인지
애먼 상황에 섹슈얼 파츠를 끼워넣는건 좀 어색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틀 밤을 세우며 책 한권을 완주하지 못하면서도
그리 지루하지 않게 소설책의 질감을 느낄수 있다는점은
이 소설이 나쁘진 않다고 뜻하는것인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마디 덧붙이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는 참 뛰어난데
뛰어난건 둘째치고 분명히 변태일거 같습니다.
-끝
+쓸데없는 사족 한마디
원래 독서평같은거 안쓰는데 요 몇달간 일은 책중에 제일 인상깊네요.
가벼이 읽을 소설로도, 진지하게 읽을 소설로도 만족스러운것 같습니다.
그냥 다른 문학으로 갈아탈까봐요. 추리소설쪽도 괜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