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계신 분들이라면 다들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새로 발표된 아이폰 X.
아침에 유튜브 앱을 여니까 발표회에서 얼굴 인식 실패하는 동영상이 추천 목록 맨 위에 떠 있더군요?
지문 센서를 빼고 얼굴 인식으로 대체한 건 제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되고,
특히 밤에 쓸 수 있도록 빔을 비춰서 얼굴을 인식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얼굴에 후레시를 비춰 깨우는 불침번 후임마저 떠올랐습니다. 눈뽕
뭐 근데 그건 별개로 하고.
홈 버튼을 없앤 대신 제스처 기반 조작으로 바뀌었더군요.
사실 저는 제스처 기반 입력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단순히 버튼 여러 개를 주루룩 늘어놓는 것보다 구성 요소를 줄일 수 있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에도 부합할 뿐더러,
언젠가 누가 저한테 한 얘기지만, "그냥 버튼 누르는 것보다 있어보여"요. 꺄르륵.
아마 제가 물리 버튼 누르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일조하는 것 같네요. 전 내비게이션 바도 물리 버튼으로 되어 있는 건 싫어하고 항상 소프트키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제 폰 바탕화면도 텅 비어있습니다. 이런저런 런처 제스처랑 내비바 추가 버튼, 그리고 알림 창 단축 버튼 등등을 조합해서 쓰고 있어요.
...지금 대충 세보니 홈 화면을 띄워뒀을 때 기준으로 한 20개 정도의 제스처가 있군요;;;
아, 여담이지만 다른 분에게 폰을 자주 빌려주시는 분들은 이렇게 설정해두시면 아주 안 좋습니다. 폰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더니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등짝을 맞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어요.
여튼, 그래서 저는 이번 제스처 기반 조작법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게 생각합니다. 오히려 환영하는 편이에요. 장하다 제스처! 물리 버튼을 멸망시키렴! 이 사람은 장갑을 끼고 스마트폰을 쓰는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제스처를 보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저는 제스처에 사용자가 기다리는 동작을 포함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화면을 톡 토오옥 톡, 하고 중간에 오래 누르는 동작을 넣는 건, 톡 톡 톡 하고 연속으로 누르는 것보다는 사용자에게 덜 친절한 제스처라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는 아주 짧은 기다림일 수 있습니다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동작이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들거든요.
특히 제스처를 완료한 상태로 사용자가 화면에 반응이 나타날때가지 화면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건 정말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화면에서 손을 떼면 다른 제스처로 이어진다? 저같으면 차라리 끄고 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이폰 X 멀티태스킹 제스처가 딱 그렇더라고요.
홈 버튼 제스처를 하다가 중간에 멈춰서, 폰이 멀티태스킹 화면을 띄울 때가지 화면에서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손을 놓치면 그대로 홈 화면으로 가겠죠.
상당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한 손으로 가능한 제스처를 사용하는게 좋다고도 생각합니다. 어느 쪽 손을 써도 상관없는 제스처요.
예를 들자면, 화면 아래로 쓸어내리기, 화면 어디서든 왼쪽/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기 같은 게 이상적인 제스처라고 생각합니다.
두 손가락을 써야 하거나, 아니면 왼손 또는 오른손으로는 닿지 않는 위치에서 시작하는 제스처는, 나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위에 있는 제스처보다는 불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제스처는 사용 빈도가 낮은 기능에 배정해둡니다. 예를 들어 제 폰에서 화면 오른쪽 끝을 누르면 지도가 열리는데, 이건 제가 왼손으로 주로 폰을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 좋지 않은 위치에 해당합니다.
제가 지도를 종종 쓰기는 해도 그렇게 자주 쓰지는 않기 때문에 거기에 할당해뒀죠. 대신 버스 앱은 수시로 열기 때문에, 왼쪽 끝을 누르면 열리도록 설정해두었습니다.
비슷한 예로, AOSP 기준으로 안드로이드의 경우 알림창을 열 때, 단축 버튼 전체를 보고자 할 때는 두 손으로 화면 위에서 쓸어내리면 됩니다. 한 손으로만 쓸어내리면 기본 형태의 알림창 + 축소된 단축 버튼이 열리죠.
대신 이 제스처는 자주 사용할 일이 없을 뿐더러, 한 손으로 두 번 쓸어내리는 걸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딱히 문제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번 아이폰 X 제스처 중에도 이런 경웅에 해당하는 제스처가 있더군요. 컨트롤 센터 열기.
오른쪽 위 구석에서 아래로 쓸어내려야 합니다.
이건 두 손으로 폰을 쓰는 경우나 하다못해 오른손으로 주로 폰을 쓰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왼손으로만 폰을 쓸 때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컨트롤 센터면 안드로이드의 알림 창 단축 버튼 정도에 해당하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제스처를 배당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길게 끄적였는데, 결국 별 시덥잖은 뻘글이 되어버렸군요.
그러니 여러분 모두 지문 센서로 제스처가 되는 넥서스 5X 사세요! (?)
그런데 이번 아이폰 양쪽 상태바 제스처는 상당히 별로네요.
여전히 다른 아이폰/패드는 아래서 끌어올려서 제어 센터인데 얘만 왜 달라요? 이게 애플이 추구하던 사용자 경험이에요?
아이폰 5의 홈버튼을 없애고 지문인식 넣은 게 아니잖아요. 예전 아이폰처럼 홈버튼 누르면 지문인식이 되는 게 맞지. 애플 페이는 또 상판인식으로 바뀌어서 주머니에서 꺼내서 결제 안 될 거고.
3D터치도 마찬가지. 길게 누르는 거랑 거의 차이가 없어요. 애플도 알아요. 아이패드 아이폰 6 이전 기기에 길게 눌러서 3D터치 구현해 놓을거면 뭐하러 3D터치를 만든걸까요? 키보드 커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