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대치동, 수성구 등 돈 좀 있고 사람 몰리는 데는 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선행학습 커리큘럼을 제공하죠.
중 1에게 미적분 가르치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이러한 학원의 영업 구조는 제 언어로 표현하면 1대 9, 그리고 불안 전략입니다.
1대 9는 즉 1명의 미끼와 9명의 월척이죠. 이런 학원들은 대개 자사고나 명문대에 들어갈 능력이 되는 최상위 학생과 그 학부모를 먼저 포섭합니다. 그 학생에게 최고의 강사에게 맡겨서 무료로 가르치거나, 아니면 다단계처럼 학생 한명 포섭하면 두당 몇십만원 지급 이렇게 말이죠. 그 학부모는 자신의 계나 친구, 아파트 반상회나 학부모들에게 그 학원에 대해 은근슬적 훌륭하다고 홍보합니다. 학생역시 알게 모르게 티를 내거나 성적을 급상승시키거나 해서 소문을 냅니다. 그렇게 9명의 월척을 낚아내는 거죠.
그러나 학생을 끌어오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유지를 해야 하죠. 그게 불안 전략입니다. 그건 일부러 학생에게 과도한 난이도의 시험과 강의를 하는 겁니다. 학교 커리큘럼은 원래 교육학자들과 선생들이 수십 수백개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시험하고 수집한 정보로 얻은, 즉 학생 발달 수준에 맞는 수준으로 짜여집니다. 그러니 교육학적으로 저 학교 진도만 맞춰야 학생 발달에 가장 적절하죠. 하지만 그러면 학원은 돈을 못 법니다. 그러니 입시와 경쟁의 우위를 명목으로 선행학습을 부추기죠. 그리고 학생들에게 일부러 어려운 내용을 가르칩니다. 그러면 학생은 다른 학생들은 저 내용을 이해하는데 난 뭐지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학원에 의존하고, 학부모들도 딴 애들은 벌써 저만큼 하는데 우리 아들딸은 뒤쳐졌다 생각하고 학원에 보냅니다.
이 두 가지 전략으로 학원은 오늘도 밥 벌어 먹고 삽니다. 하지만 저 선행학습은 학생들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지만 실상은 정 반대에요. 억지로 수준에 안 맞는 공부를 시키면 파지효과, 즉 장기기억에 남는 비율이 훨신 떨어집니다. 그래서 최상위권이 아닌 한 어설프게 개념을 알게 되서 나중에 다시 배울 때 더 애를 먹기도 합니다. 잘못된 선개념과 이미 배웠다는 자만심 때문이죠. 저러다보니 학원도 같은 내용을 또 반복하게 하고 그걸로 또 돈을 법니다. 중1 때 미적분 때고 또 고1 때 이미 배운 미적분 또 듣게 만드는 거죠.
결론적으로 선행학습은 학생들의 뇌를 바보로 만드는 지름길인데, 문제는 저게 치킨 게임처럼 되버렸어요. 내가 안 하면 남이 앞선다는 생각과 불안감으로 강요당하고 있죠. 총체적 난국입니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니.. 라는 말이 고문에도 있을 정도니..
동서고금 막론하고 수재를 가르치는 것은 교육자에겐 늘 도전이면 즐거움입니다. 또한 좌절이기도 하죠.
그런데, 요새 학원들은 돈벌이 수단인지 사설 교육기관인지가 구분이 잘 안가요..;;
남들이 하니깐 해야한다는 차이가 나게 될 것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시키는 것도 있겠고..
남은 가는데 자기만 못가는 소외감도 한 몫을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한국은 교육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고..
뭐랄까.. 출세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보입니다.
역사를 경시하고 교육을 경시하는 나라가 잘되는 걸 못 봤는데..
머리 좋고, 교육열(이상한 쪽으로 높아서 문제지만..)이 높은 것은 사실이니깐요.
이걸로 이 나라가 버텨온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