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회사에 일이 너무 많아서 집에 늦게 옵니다. 그제는 역대급으로 늦어서 마중 나가 있었는데, 옷을 제대로 안 입고 나온지라 추워서 차 뒤쪽 구석에 서 있었더니, 지나가던 아가씨가 코너를 돌다가 저를 발견하고 히이이이익 하며 화들짝 놀라곤 총총걸음으로 사라지네요.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면서 버럭할 수도 있겠으나.. 어찌보면 저도 그런게 걱정이 되서 마중나와 있는거니 이해는 되네요. 그냥 허허허 눈에 잘 띄도록 인도 한가운데에서 두둠칫 두둠칫 하고 있었으면 저러진 않았으려나, 그냥 돌아갔겠지 허허허 이러고 말았어요.
본론은 그게 아니고.. 마누라가 하는 일이 광고물을 만드는 거니까, 하다못해 옆에서 쓰레기라도 줍던가 자라도 잡아주던가 하면 한 삼십분이라도 일찍 집에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어제는 같이 나갔어요. 사실 여기에는 기분전환을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지난주엔 역대급까진 아니어도 나름 할 일이 많다보니 나름 힘들기도 하고.. 몇번 일이 밀리거나 꼬이면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고.. 다른 일이라면 역시 책상 앞에 앉아있는게 아니라 움직이는 일을 해봤음 싶기도 했구요. 어쨌건 최소한 주말은 좀 딴짓을 해보자 싶어서 나갔는데.
사실 마누라 일을 잘 알지 못하다보니 별로 도움이 안되는 건 둘째치고, 전혀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는걸 옆에서 보고 있으려니, 그동안 내가 참 편하게 일하고 살았구나 싶네요. 다른 일이 욕심난다는 건 정말 배가 부른 소리였어요. 하던거나 잘 하면서 그런 소리나 하는게 맞을것 같아요.
이런 깨달음이 오래 가야하는데.. 토요일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가 오늘은 늦잠자고 빈둥거리고 아직까지 주간뉴스도 안한것이, 정신차릴려면 아직도 많이 부족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