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통장을 만들러 나갔습니다. 다른 사람의 통장을 대신 만드는 것이니 준비물이 많습니다. 가족관계 증명서니 기본증명서를 챙겨야 하고 도장도 있어야 합니다. 좀 많이 귀찮습니다. 하지만 한번 하면 두고두고 쓰니까 참습니다. 이렇게 나갔다 오면 하루가 증발합니다. 지금 밀린 리뷰가 4개고 그 중 하나는 글만 쓰면 되는데 도통 진도가 나가질 않네요.
만들려는 통장 갯수대로 증명서를 땠는데 쓸데없는 짓이었습니다. 모든 은행에서 복사만 하고 돌려주더군요. 서류의 유통기한이 3개월이며 그 동안은 재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요. 왜 네이버 검색하면 뜨는 블로그에는 바우처 주는 은행들은 열거하면서도 증명서는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진 않았을까요. 그리고 정부에서 쓴건데 이건 재난지원금 결재가 안되네요.
또 기본증명서도 아기 이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무인민원발급기에서는 남의 이름으로 발급이 안됩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창구로 가야 해요. 남의 이름으로 서류 떼는 일이 드물긴 하겠죠. 거기에 발급기의 지문 인식은 어찌나 안 되던지. 갤럭시 S7 시절 센서를 보는 듯 합니다. 그냥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센서가 인식도는 더 낫지 싶던데 가격 때문에 이런 센서를 쓰는건가.
통장도 가상화폐 취급이니, 한달 안에 새로 발급한 계좌가 있으면 안된다느니, 한도 제한 계좌로만 만들어진다느니 등등 제한이 많네요. 뭐 제한을 걸어둔 취지 자체는 이해하니까 그런갑다 합니다. 특히나 그놈의 보이스피싱... 만드는 김에 개똥같은 국민은행을 버리고 다른걸 만들려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다른 은행이라고 해서 향긋한 똥은 아니겠지만요.
도장 파기는 통장만큼 귀찮진 않지만, 통장은 이유가 있는데 도장은 그게 없네요. 제 통장은 도장이 없어도 됩니다. 싸인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아기 통장은 도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애기 싸인을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아기 이름을 판 나무 조각에는 같은 권리를 줍니다. 이게 뭔 소린지. 그나마 예전처럼 지문을 통장에 바로 찍던 때보다는 나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요새는 도장파는 가게도 많지 않네요. 사용도 줄었고, 인터넷으로 하니까요. 예전처럼 사람이 직접 파니까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그냥 작은 가게에 기계 하나 놓고 파면 됩니다. 사람의 손길이 들어가는 거라곤 도장 위의 찌꺼기를 털어내는 것과, 어떤 폰트로 할거냐고 물어보는 게 고작이군요. 폰트라고 해서 많은 것도 아니고 한 세개 보여주고 고르라는 게 전부지만.
도장 가게가 줄었다는 말은 도장이 은근히 비싸다는 소리도 됩니다. 가장 싸구려 나무 목도장이 만원이네요. 인터넷에선 5천원도 안하는데 말이죠. 용이 승천할것 같은 조각이 들어가거나 돌 재질의 도장은 8만원에 10만원이에요. 도장 파러 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이런 곳에 온다면 급하게 만드는 거니까 비싸도 살거란 마인드겠죠. 마치 논산 훈련소 앞 설렁탕집을 보는 것 같습니다. 엄청난 욕이군요.
진짜 고급스러운 도장이 필요했으면 종로나 을지로에 갔을텐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아기 통장 만들면 도장 주는 은행도 있지만, 은행 계좌를 급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별 도움이 안 되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애가 나오자마자 그 은행에 도장부터 신청할걸 그랬어요.
인터넷에서 도장 파주는건 처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