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에서는 KBS 클래식이 89.1에서 나옵니다. 게다가 바로 옆에서 5kW로 빵빵하게 틀어주기 때문에 수신율이 좋죠. 그래서, 컴프레싱 안하고 볼륨도 증폭 안하고 오리지널로 틀어준다지만, 여전히 가장 잘 들리는 채널입니다.
심지어 저감도의 싸구려 라디오나 가정 내부 및 산 인근 지역 등 난시청 지역에서도 이 채널만 잘 들립니다. 남들은 안들린다고 난리치는 채널인데...
소장하고 있는 음원을 하도 들어서 질렸을 때, 89.1을 틀면 들을 만 합니다.
A45에 이어폰을 안테나로 사용하는 경우, 소리를 귀에다가 직접 꽂아박기 때문에 노이즈가 상당히 거슬리는 고로 라디오는 오직 스피커로만 듣습니다.
신기한 건, 라디오만 하루 이틀 정도 듣다가 다시 소장 음원을 들으면 안 질리더랍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반드시 라디오를 들어줘야 합니다.
이 오디오에 라디오 안테나를 연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결을 시도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 씨디는 예전에 오다미 오카리나를 구매하면서 같이 샀던 CD입니다. 오카리나 솔로 연주 선율이 마음에 듭니다.
EAC로 추출은 해 놓았으나, SNR 120dB짜리 최고급(?) 오디오도 있겠다.. 해서 아날로그(???) 감성 넘치게 씨디로 듣고 있습니다.
밑의 구멍이 안테나 구멍인데, 맞는 어댑터가 없습니다.
뭐 도체가 안에 들어간 길쭉하게 생긴 거면 아무거나 되겠지... 하고 브레드보드용 단심선 30cm짜리를 집어넣었습니다.
라디오가 잘 나왔습니다. 그러나 단심선을 저기다가 어떻게 고정할 수 있겠습니까.
더 깊숙히, 금단의 영역을 향해, 단심선을 집어넣었습니다.
스파크가 튀었습니다. 손이 따갑더군요. 그리고 오디오가 꺼졌습니다.
???
파워가 안 돌아갑니다.
뜯어보니 휴즈가 나갔네요. 이건 버리거나 나눔게로 보내든지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창고 옆 '임시 휴지통' 으로 던졌습니다. 참고로 이 휴지통에는 꽤나 많은 전자 부품 및 제품들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화학적으로 산소와 결합한' 것들이죠.
다행히도 오디오 쪽 휴즈는 멀쩡합니다.
합선되는 과정에서 오디오 회로에 무리가 갔겠지만, 더 이상 무리를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겠죠.
12V 2A짜리 어댑터가 있더라고요. 정말 다행입니다. 바로 연결했습니다.
오디오는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습니다. 파워의 희생 덕분이겠죠.
그래서 라디오 문제는 해결했냐고요?
빵끈 접어서 사이에 쑤셔넣고 선 연장했습니다. 그리고 공부할 때는 안 쓰는 이 머리를 적당히 굴려 보았습니다.
앞서 단심선을 연결하려고 시도할 때, 인체와 가까이 할 때 수신율이 일시적으로 향상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안테나가 도체와 반드시 물리적으로 접촉할 필요는 없습니다.
빵끈과 선을 묶은 뒤, 빵끈을 접어 라디오 안테나 삽입구에 삽입했습니다.
이 선을 제 몸과 가까이 대면, 안테나가 되어 라디오 수신이 잘 됩니다. 89.1 뿐만 아니라 다른 라디오 방송국도 원할히 수신됩니다.
요정계에서 온 초고감도 안테나, 성능 확인 완료.
등산로에 올려볼까요?
전 저걸로 영국에서 KBS 방송을, 한국에서 NHK 방송을 잡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