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복잡한 글자로 가득 찬 인쇄물은 무엇일까요? 바로 반즈케라고 합니다. 대략 에도 시대(1602~1868)부터 존재한 일종의 순위표입니다. 스모 선수부터 해서 직업, 맛집, 가부키 등 별에별 걸 순위로 만들고 즐겼습니다.
이것은 우키요에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화보집+사진첩의 기능을 하던 판화인데 순수하게 그림만 그린 우키요에도 있지만 이렇게 장황한 부연솔명이 붙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이것은 카와라반, 또는 요미우리라고도 불리는데 일봉의 신문 겸 잡지 역할을 했습니다. 세상 물정에서부터 소설, 취미 등도 다루고 있었죠.
에도 시대부터 일본은 이렇게 보는 사람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글이 실린 출판물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도 없고 정보 유통이 어렵던 시절이거든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정보, 내용을 판화 한 판으로 찍어내는 경쟁이 붙습니다. 그것이 고객을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여겼거든요.
그러면 저런 걸 사람들이 읽을 수 있나고요? 다 못 읽죠. 일본에도 데라코야 같은 서당에서 글 배운 사람이 있습니다만 과반에 못 미칩니다. 하지만 까막눈이라 해도 방법은 있죠.
보통 저런 식으로 저 출판물을 파는 사람들, 아니면 마을을 순회하며 출판물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낭독해주는 직업이 있습니다. 그들은 보통 돈받고 읽어준다거나, 아니면 처음에 무료로 읽다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대목에서 딱 끊고 돈을 주거나 출판물 구매하는 걸 유도하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저런 전통(?)이 쌓이고 글로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점차 전통이 되었고, 거기에 메이지 시대가 되어 일본인들이 기초 교육까지 받게 되자 저런 출판물은 더 인기를 끕니다.
아마 일본이 글자 천국(?)의 독특한 문화를 가진 원인 중에는 저 전통도 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