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쓰려고했는대 응급환자가 생겨서 글쓰는 타이밍을 놓쳤네요.
아무튼, 혼다의 VTEC에 대해서 가끔 들어봤는데, 찾아보다가 국내 사이트에서 VTEC과 i-VTEC은 다르다! 라는 글을 봤습니다. i-VTEC은 연비형이라서 VTEC이랑 동급취급을 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골자였는데, 두드려맞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찾아봤습니다. 결론적으론 다른게 맞습니다. 근데 연비형은 아니네요.
먼저 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크게 VVT, VVL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VVT란 가변 밸브 타이밍 제어로, 엔진의 크랭크축을 조절해서 말 그대로 밸브가 열리는 타이밍을 조절합니다. 엔진은 회전속도에 따라 밸브의 이상적인 개폐 타이밍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개폐타이밍이 고정되있는 엔진의 경우, 특정 RPM에서만 효율적이고 그 대역이 아니면 비효율적으로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개폐타이밍을 앞뒤로 조절해서 저속과 고속에서 모두 연비와 높은 출력을 잡을 수 있게 나온게 VVT입니다.
벨브가 열리는 시점을 조절하는 VVT
VVL은 가변 밸브 리프트로, 말 그대로 밸브를 여닫는 깊이에 변화를 주는 기술입니다. 예를들어 저속에서는 조금만 열고, 고속에서는 평소보다 많이 열어주는 식이죠. 많이 열면 그만큼 연료/공기가 많이 들어오고, 그럼 더 큰 폭팔이 일어나고, 그럼 더 큰 힘을 얻겠죠? 더 큰 소음도 이것도 똑같이 연료효율과 출력에 관련이 되어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VVT는 벨브가 언제 열리냐? 이고 VVT는 벨브가 얼마나 열리나? 를 컨트롤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 VVL이 혼다에서 말하는 VTEC입니다.
위의 그림을 보시면, 1의 일반적인 상태에선 보라색 캠샤프트가 움직이면서 로커암을 움직이고, 로커암이 밸브를 엽니다. 가운대에 있는 파란색 고출력용 캠샤프트는 벨브와 연결되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구동됩니다.(혼자 헛돈다는 소리)
그리고 고출력이 필요한 3의 상태가 되면, 로커암핀이 들어가면서 고출력용 로커암과 일반용 로커암이 연결되 고정된 상태가 됩니다. 그상태에서 캠샤프트가 회전하면? 상대적으로 더 크기가 큰 고출력용 캠샤프트에 로커암이 작동하면서 밸브가 더 깊이 열리게 되어, 최종적으로 더 많은 연료와 공기가 혼합되면서 평소보다 더 높은 출력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보면 vtec이 고출력과 효율을 동시에 잡은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이는 VVL중 굉장히 원시적인 기술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조절이 단 2단계로만 가능하여(나중엔 3단계 VTEC도 나왔지만) 여전히 2가지 대역에서만 효율이 좋고 나머지는 모두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단계만 있는 특성상 변화폭이 커 VTEC이 터지면 극적인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VTEC KICKED IN 같은 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단과 6단 기어만 있는 차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사실 원시적인게 맞는게, vtec은 무려 1983년에 나온 기술입니다. 아래의 밸브트로닉은 2001년부터 탑재됬으니... 당시로 보면 엄청난 최신기술이었던겁니다.
요즘은 세밀한 깊이조절이 가능해서 VTEC같은 극적인 체감은 느끼기 어렵습니다. 예를들어 BMW의 밸브트로닉이 있죠.
(기어로 밸브가 열리는 깊이를 세밀하게 조절이 가능한 BMW의 밸브트로닉. 어떻게보면 VTEC보다 진보된 방식이라 볼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에서도 동일한 기술이 있습니다. 여기선 CVVL이라고 부르죠. 누우엔진에 CVVL 모델이 추가되며 이는 YF쏘나타 2.0에 최초로 탑재되었습니다.
자 그럼 i-vtec은 무엇이냐? 간단합니다. VTEC에 VVT를 추가한게 i-vtec입니다.(intelligent-vtec의 줄임말)
이전엔 벨브의 깊이만 조절할수 있던게, 벨브의 개폐타이밍까지 조절할수 있게 업그레이드 된게 i-vtec이라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VTEC의 단점이었던 효율적인 구간이 좁다는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면서, vtec의 재미까지 살리게 될수 있던거죠.
다만 VVT가 엔진출력을 조절하는데 개입을 하게 되면서, VTEC이 터지는 임팩트가 예전보단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럼 I-VTEC이 연비형이냐? 결론은 아닙니다. 근데 여기서도 설명할게 좀 있습니다.
VTEC은 연비형과 고출력형으로 또 한번 나뉘게 됩니다. 그리고 연비형을 흔히 VTEC-E라고 부릅니다.
(혼다 K20 엔진 리스트. A형만 가져왔습니다.)
보시면 HIGH Performance(VTEC)와 eco(VTEC-E)로 나뉘어져있는걸 보실수 있습니다.
전자는 타입R 시리즈에만 들어가고, 후자는 일반적인 승용차 모델에 들어갑니다.
그럼 HP와 ECO의 차이점이 뭐냐? 쉽게 말하자면
고출력 모델은 평소에 노말모드로 돌아가다가 RPM이 올라가면 고출력모드가 되는거고, ECO형은 평소에 절전모드로 돌아가다가 RPM이 올라가면 노말모드로 되는겁니다. 모두 VTEC으로 인해 일정 RPM이 올라가면 평소보다 출력이 올라가는건 같습니다만, 기본상태가 절전모드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따라서 ECO형이 HP형보다 연비는 좋지만, 성능은 까입니다. 위의 그림을 보시면 HP형 엔진은 모두 VTEC이 흔히 말하는 "터지는" 구간이 명시되어있습니다. RPM한계도 8000RPM대로 굉장히 높은편이죠. 마력도 리터당 100마력이 넘고요.
ECO형은 RPM제한이 6800RPM으로 평균적인 수준이고, VTEC이 터지는 구간도 없습니다. 터지는 구간이 없는건 후술하겠습니다.
HP형은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했으니, ECO형을 주로 설명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요즘 쓰이는 DOHC 엔진은 이렇게 흡기밸브 2개, 배기밸브 2개로 실린더당 총 4개의 밸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밸브를 조절해서 출력을 얻는게 지금까지의 내용이었고요. 그럼 여기서 역발상이 나옵니다. 더 열어서 기름을 더 넣으니까 출력이 올라갔는데, 덜 넣으면 기름을 아끼는거 아닌가?
그래서 우리의 VTEC-E는 무엇을 하느냐, 흡입밸브중 한개를 그냥 아예 안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이론상 기름을 절반 아끼는거겠죠? 근데 이러면 출력도 반토막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겠지만
벨브를 한쪽만 열게되면, 들어오는 공기가 실린더 내부를 소용돌이 치며 회전하게 되어서, 기름을 연소실 곳곳으로 퍼트려줍니다. 이 소용돌이 효과는 연료/공기 혼합물을 최적화시키게 되어서 결론적으로 더 적은 연료로 거의 동일한 힘을 내게 됩니다. (한쪽 벨브는 완전히 닫혀있는건 아니고 기름이 고이지 않을 정도로만 아주 살짝 열리긴 합니다.)
또한 출력이 저하되는걸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엔진보다 흡기피스톤이 약간 더 높고 오래 열리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니까 흡기피스톤이 각각 50,50으로 열리고 있었다면 지금은 70,5 만큼 열린다는거죠.
그러다가 RPM이 올라가게 되면, 똑같은 VTEC의 원리로 락핀이 걸리게 되면서 아주 살짝 열리던 밸브도 옆 밸브랑 똑같이 깊고 오래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위에 말씀드렸듯이 그 옆 벨브는 일반적인 피스톤보다 살짝 더 열리게 되므로 일반적인 엔진보다 고 RPM에서의 출력이 상승하게 됩니다. 50,50이 아니라 70,70이 되는겁니다.(실제로 얻는 출력증가는 약10퍼 정도) 그러나 이는 여전히 고출력용캠은 아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VTEC이 터진다라는 수준의 느낌을 얻을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VTEC-E에서 락핀이 걸리는건 약 2500RPM 대역부터거든요. 그리고 여기에 VVT를 달면 i-vtec-e가 되는겁니다.
기본적으로 이는 혼다가 연비형과 고출력형을 모두 싸그리 vtec이라는 용어로 정의하면서 나오게된 참사입니다.
결론
1. 고출력용 vtec은 고출력용캠이 따로 있어서 특정 rpm이상 올라가면 출력이 올라간다.
2. 연비형 vtec은 vtec-e라고 불리우며, 평소에 흡기피스톤 하나를 안쓰다가, 특정 rpm이 올라가면 흡기피스톤 두개를 모두 써서 출력을 올린다.(올린다?라는 말이 맞나 싶지만)
3. 연비형이여도 흡기량이 일반적인 엔진보다 많아서 출력자체는 살짝 더 좋다.
4. i-vtec은 vtec에 vvt를 붙인것으로 출력과는 관계가 없다. i-vtec을 2세대 vtec이라 보면 되며, i-vtec중에서도 고출력형, 연비형이 나뉘어져 있다.
아 그리고 고출력용 vtec은 흡/배기 벨브 모두 vtec캠이 달려 있지만, 연비용 vtec은 흡기 벨브에만 vtec이 사용됩니다. 이런부분에서도 출력차이가 생긴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