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인터넷 https://gigglehd.com/gg/629946 에서 이어집니다.

 

어제 밤에 고객센터에 글 써놓고 별 기대를 안했는데, 아침 9시 반에 전화가 오길래 놀랐고, 기사님 배정돼서 방문한 게 그로부터 30분이 채 안 걸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각 단계마다 카톡 메세지가 바로바로 오기도 했고요.

 

근데 가방 하나도 안 들고 맨몸에 a/s 처리용 단말기 하나 들고 오시네요. 기사님 오시기 전에 측정한 인터넷 속도는 90/10으로 여전히 비대칭이지만 그정도만 되도 전 별 불만 없으니까.. 다만 어제 밤에 측정한 내용을 보여드리니 확실히 속도가 늦다는 걸 인정하셨습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밤에 노이즈가 끼어서 그렇다. 1년 동안 잘 썼는데 왜 갑자기 노이즈가 끼는가? 겨울이라 그렇다. 작년 겨울에는 별 지장 없이 썼는데? 하여간 노이즈다.

 

...말이 계속 빙빙 돌것 같아서 숨 안쉬고 어제 올린 글에 달린 리플 내용을 그대로 읊었습니다. (메인보드와 노트북과 모니터가 가득한 방 안을 가리키며) 사실 내가 이쪽에 완전히 모르는 건 아닌데, HFC가 어쩌고 셀 과포화가 어쩌고.

 

그랬더니 바로 수긍하시는군요. 사실 옆의 옆 건물 오피스텔에 파견 갔다가 여기 온 건데(그래서 빨리 오신 거였습니다), 거기도 여기랑 증상이 똑같다. 셀 과포화라면 본사에서 사람이 와야 한다. 나는 비정규직이라 딱히 권한이 없다. 그런데 걔네들 지지리도 안오려 할거다. 그리고 우리가 TV 회사지 인터넷 회사는 아니라서 지지리도 투자를 안하려 든다.

 

너무 솔직하게 오픈하셔서(...) 오히려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더군요. 이정도 속도면 도저히 쓰지 못하겠으니 환불하고 싶은데 위약금이 어떻게 될것 같냐고 여쭤보니, 그건 자기도 알 수 없고 전화해 봐야 된다고. 다만 자기가 이런 이야기 했다고 하면 고과가 낮게 나오니 잘좀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 여기에 대해서 쓰다보면 인터넷이 아닌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기사님 보내고 고객센터에 전화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인바운드가 받더군요. 상황을 주욱 설명하니 해지부서로 돌려드리겠다고. ...아니 처음 ARS에서 분명 해지 쪽을 눌렀는데 왜 다른 부서에서 받아가지고 해지로 돌리는거지.

 

이번에 받은 건..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갑갑해서 말 진도가 안 나가는 그런 타입이었습니다. 사실 전화 받은 분의 성격이 그렇다기보다는, 그렇게 하라고 회사에서 주문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무조건 아니다. 안그렇다. 본사에서 가서 처리하면 나아질거다의 무한반복.

 

그래서 저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말 잘라가며 계속 제 할말만 하니 해지 부서에서 연락 주겠다 합니다. 근데 전화가 안오네요. 한번 홈페이지의 채팅 서비스를 이용해 봤습니다. 창은 바로 뜨지만 대답은 지지리도 안 뜨는 게 MS 라이브챗 시스템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달았습니다.

 

이쯤 되서 마누라한테 토로를 하고 있으니 그제야 전화가 오는군요. 목소리를 딱 들어봐도 아까보다는 직급이 있어 보이는 양반.. 그런데 시작은 별로네요. 비대칭이라 그렇다(아니 내가 언제 속도가 비대칭인걸 문제삼았냐), 업로드는 속도 장애에 포함되지 않는다(업로드 속도는 속도가 아니냐) 뭐 이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결론은 지금 해약하면 TV 위약이 4만 얼마, 인터넷 위약이 15만 얼마에 부가세 더해서 20만원인데, 그냥 지금부터 한달 만원짜리 인터넷은 공짜로 쓰는걸로 치고 TV 요금만 해서 한달 만오천원 내고 내년 약정때까지만 써라. 그리고 인터넷은 다른 걸 설치하는 건 어떻겠는가.

 

음 인터넷 요금이 티비 요금보다 싼데, 왜 위약금은 인터넷이 훨씬 비싼 걸까요. 그리고 여기서 이런 해결책(?)을 제시한 걸 보면 진짜 인터넷 사업은 치킨 시키면 나오는 치킨무만큼도 신경을 안 쓰는 존재인듯..

 

일단은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한달 요금이 만원 줄어드니까 위성 팔아먹은 KT의 올레 인터넷 다이렉트 22000원 3년 약정 걸면, 한달에 만원 더 내고 KT 인터넷이 추가되고, 기존 케이블 인터넷도 일단 유지는 되니까 2회선.. 어차피 다른 회사로 쓴다면 요금이 오르는 건 피할 수 없으니까요.

 

점심 먹고 나서 차분하게 신청해 봐야겠네요. KT 인터넷은 가입센터가 많지만 정작 중요한 요금은 공홈이랑 별 차이가 없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