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기계식 키보드는 두가지로 스위치를 나눌 수 있습니다
클릭, 넌클릭
물론, 체리는 3개로만 분류하면 됩니다. 또, 현재는 사실상 체리 카피 스위치가 시장의 99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분류를 할 방도가 없기도 합니다. 이 방식을 제외한 스위치들은 흔히 말하는 키감 좋다는 커스텀 스위치들과도 부품이 호환되지 않아 상당히 매니악한 스위치 거든요.
클릭은 체리의 청축으로 대표되는 짤깍짤깍하는 소리가 나는 스위치입니다. 이 스위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클릭"음을 내며, 이 클릭음이 존재하게 된 계기로는 머나먼 타자기 시절까지 올라갑니다. 키보드와 달리, 타자기는 한번 입력해버리면 그대로 종이에 잉크가 묻어, 수정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비록 수정용 액상 또는 종이를 따로 제공하거나, 입력하기 전 수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해줬음에도 내가 이걸 눌렀나 안눌렀나 구분하지 못한단건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클릭음이 들리는 것은 매우 소중한 지표였죠. 따라서 현재의 넌클릭 리니어로 대표되는 흑축/적축과 같은 스위치는 엄밀히 말하자면 실용성이 떨어지는 기피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넌클릭은 위에서 다소 디스를 먹긴 했으나, 이건 리니어리티한 타건감을 가진 리니어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며, 구분감이 명확한 체리 클리어축과 같은 텍타일 스위치에겐 또 다른 경웁니다. 입력지점에서 급격하게 압력이 올라간 뒤 그 압력이 빠르게 해소되는 "넌클릭 텍타일" 스위치는 입력지점에서 감도가 느껴짐에 따라 어느정도 클릭과 비슷한 작용을 합니다. 또, 특유의 상대적으로 조용한 소음 덕분에 리니어 대비 실용성 있는 선택지기도 했죠.
어쨌건 근본은 클릭, 넌클릭 두 스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클릭음이 나냐 안나냐의 차이로 스위치 모두를 반반 나눌 수 있기 때문이죠. 클릭이자 텍타일인 청축, 넌클릭이자 텍타일인 갈축의 존재로 텍타일로 구분하기도, 넌클릭이자 리니어인 적축 때문에 넌클릭 텍타일인 카일 박스의 커스텀 스위치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스위치 소리 나요? 라고 물어본 뒤, 리니어인지 텍타일인지를 구분하는, 이중필터 질문은 가능하나, 3분류인 클릭/리니어/텍타일간의 구분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공통 지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왜 3분류가 되기 시작했나? 도 어느정도 언급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체리의 MX 호환 스위치가 사실상 시장의 지배자적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MX 스위치는 위의 클릭텍타일, 넌클릭텍타일, 넌클릭리니어 3개의 제품만 출시했습니다. 클릭리니어가 따로 출시되지 않은 이유는 후술하겠습니다만, 체리 특허의 클릭 방식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위의 3분류 스위치가 출시된 이후로 저 스위치들의 특허가 만료된 뒤 나온 이른바 카피 스위치, 커스텀 스위치들은 체리의 입력 방식을 그대로 따라했으며, 그 결과 현재와 같이 3개의 분류가 대표적인 분류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체리의 입력 방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스템이 지나가면서 스템 끄트머리 돌기가, 접점부를 밀어내고, 접점부는 이에 따라 점점 멀어지다 입력지점까지 접점부가 밀려나다 다시 붙으면서 입력되는 방식입니다.
출처: https://juric.tistory.com/5
아무래도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사진이 훨씬 빠르겠죠. 위와 같이, 기둥 = 스템이 왼쪽의 판형 스프링을 쭉쭉 밀다 스프링이 빠르게 접점이 붙죠. 이 때 입력이 됩니다. 위와 같은 넌클릭 텍타일 스위치는 돌기 부분이 약간 오돌토돌한 형태인데, 스프링이 붙었다 떨어지기 전 스프링쪽에 붙어 있는 저 튀어나온 부분을 스템 돌기라 부릅니다. 저 부분을 주목한 뒤 아래 리니어를 보시면 이해가 빠를겁니다.
보시다시피, 빨간 튀어나온 왼쪽 아래 돌기가 위의 텍타일과 달리 매끄럽습니다. 이 구분이 바로 스위치의 구분감 유무이며, 이에 따라 스위치 작동 압력이 리니어리티, 넌리니어리티하게 변함을 구분하게 됩니다. 실제로 만지게 되더라도 저 돌기 부분이 올록볼록한 스위치가 훨씬 구분감이 명확할 수 밖에 없죠. 측면 판형 스프링에 의해, 눌리는 동안 장애물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측면 판형 스프링의 압력에 따라서도 키감이 약간씩 달라지나, 이건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체리는 아까 3구분을 할 수 밖에 없으며, 4구분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경우의 수로는 4개의 구분이 필요한데, 3개만 구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론 체리의 클릭 방식 때문이라고 했구요.
체리 클릭은 기본적인 위 틀에서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위와 같이 하얀 자켓이 있는데, 이 자켓이 매우 중요합니다. 청축은 흰색 자켓이 파란 스템의 하부 돌기와 부딪히면서 소리가 나는데, 이 자켓이 벗겨지다 스템 상부에 밀려 아래로 내려가면서 소리가 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입력되는 타이밍과 소리가 나는 시간대가 거의 동일할 수 있으며, 그와 동시에 구분감이 없이는 자켓이 벗겨지지 않기 때문에 구분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양말이 위로 말리듯 자켓이 말려 올라가다 내려가야 소음이 나기 때문이죠.
따라서 체리 구동부와 동일한 카피 스위치들은 대부분 체리의 3분류 스위치 방식을 따르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리니어리티한 상태에서 다른 작동부에서 소음을 발생했다간 더 많은 부품을 요구하게 되고, 체리와 부품호환이 쉽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여기서 주목해야할 사실은 키보드 스위치의 전면부 ( = 그림에서 우측) 는 완만한 경사로 깍여 있으나, 후면부 ( = 그림에서 좌측)는 가파른 경사로 깍여 나옵니다. 뚜껑 기준으로 뒷쪽 면적이 조금더 넓은것도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체리 MX 카피 호환 스위치는, 저 구분을 통해 전면과 후면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스위치인데, 이에 따라 약간 곤란한 문제점이 발생하곤 합니다.
후면부가 면적이 상대적으로 높은쪽이 넓고, 전면부가 얇다보니, 이 하우징 상부 형상을 그대로 부풀려 키운 체리 키캡에는 전면 후면에 따라 딱 맞아 떨어지는 방향에 꼽지 않으면 방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아마 블록 놀이를 자주 해보신분들은 이 문제점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아실겁니다. 딱 맞아 떨어지지 않다보니, 키캡이 자꾸 바닥까지 치게 되면 부딪혀 밀려나거나, 깨지거나, 과한 소음을 유발하곤 합니다. 흔히 정방향/역방향 키보드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기인합니다.
위와 같은 역방향 상태의 키보드는, 제조사에서 제공한 키캡이 아니고서는 커스텀 체리 키캡을 사용시 간섭이 생긴단 소리가 됩니다.
반대로 정방향인 경우는
위와 같이 로고 각인이 위로 되어 있으며, 키캡 형상상 앞쪽이 가파른 대부분의 키캡들이 호환 됩니다.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MX 키캡 호환 중에서도 체리 MX 카피 스위치들은 작동 원리와 구동부의 한계상 민감한 분들에게는 정방향 역방향, 키캡 사용에 제한이 상당히 많이 존재합니다. 이런 체리 MX 카피 호환 스위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스위치는 카일 아트박스 스위치 입니다.
※ 카일 박스는 후면이 큰 기존 MX 형상입니다. 즉, 이것 역시 정방향 역방향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래 그림 참고.
사실 위에 앞서 언급한 정방향 역방향에 관해서는 소음 부분 문제가 상당히 큽니다. 키캡이 하우징에 부딪힐 때 키감에도 약간의 영향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리가 됩니다. 명확하게 틱틱대는 알 수 없는 과한 소음이 현대식 키보드 사용자들에게는 상당히 거슬리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트박스 스위치가 나옵니다. 박스 스위치는 후면부가 깍여 나간 이유가 매우 중요한데, 구동부를 좌측 아래에 모두 숨겨뒀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상부 키캡 결합부 제외하면 모든 부분이 기존 체리 MX와 다 다릅니다. 따라서 스프링 길이나 기타 부품 호환도 쉽지 않죠.
좌측 하단에 매우 작은 구동부 상자를 만들고, 그 곳에서 돌기가 튀어 나와 그 돌기가 스템에 밀려나면 입력, 다시 나오면 입력 풀림 이런식의 작동인데, 엄밀히 따져 입력 방식 자체는 동일하나 스템의 작동 위치나 스템 형상, 그리고 스프링 위치 등등 대부분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스위치로 구분하는 편 입니다. 또 이 부분을 통해 생긴 새로운 문제, 바로 로 구동부 상자 내 돌기가 구분감을 주기위해 동작할 때 스프링을 통해 밖으로 밀려 나오면서 소음이 다소 유발되는데, 판 스프링이 소음을 내는 클릭음 처럼 틱,틱 거리기 때문에 일명 틱클릭化 라고 부릅니다. 이로 인해 넌클릭 택타일 스위치를 선호하는 사용자들에게는 매우 기피대상이 된 스위치입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다보니, 매우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카일의 박스 구동부 스위치는 소음을 내기위한 판형 스프링이 따로 동작하며 소음을 내고, 스위치 스템 자체는 그저 구분감을 주고 안주고의 차이점만 발생합니다. 스템과 소음부를 별도로 구분한 것이죠. 이 소음부를 장착하기만 하면, 또 소음부를 동작시킬 부위만 있다면, 이론상 클릭 리니어를 만들 수도 있단 이야기가 됩니다. 아까 언급했던 체리의 3구분 스위치 말고, 4번째 특성 스위치가 등장할 수 있게된 셈이 된거죠. * 실제로 백축의 스템은 리니어리티하게 깍여 나와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스위치를 고를 때는 4가지 종류를 각각 구분하여 찾아야하고 3가지만으로는 다소 어렵게 되었습니다. 카일 아트 박스 스위치를 고를 경우 정방향 역방향에서는 자유로우나, 스위치 키감이 맘에 안들거나 소음이 맘에 안들 때는 부품갈이가 어렵고, 체리 카피 스위치는 정방향 역방향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제를 가지고 있죠.
결과적으로 매니아들의 선호도는 글 작성 2021년 기준 체리 카피 스위치에 대부분 몰려 있으며, 종종 카일 아트박스 크림과 같이 매우 부드러운 특성을 가진 스위치들을 선호하여 구매하는 유저층이 존재하는 정도로 그칩니다. 물론, 카일 박스 스위치는 키감보단 방진, 방수에 특화된 스위치로써, 해당 스위치를 통해 제조할 경우 방수/방진 설계가 가능합니다. ※ MX 스위치는 구동부가 스위치 틈 사이에 완벽히 노출되어 있어 물이 들어갈 경우 키보드를 빨리 전원에서 제거해야 고장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넌클릭 택타일 스위치 계열에서는 구분감이 훨씬 강하고 명확한 스위치가 주류로 올라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체리 MX 클리어, 홀리판다 등등 65~70g 사이의 다소 높은 키압의 스위치가 선호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 체리 갈축은 택타일이 아니라 리니어 "
라는 농담이 생겨날 정도죠. 저런 문제로 인해 체리 MX 카피의 강세는 아직까지 쭉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키감을 선호하는 유저들은 여전히 정방향 스위치를 선호합니다. 어짜피 키감이 좋다면, 저렴한 가격대에서는 LED 따위 나오던 안나오던 크게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커스텀 스위치로 넘어간다면 다소 말이 달라지나, 이 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매우 소수들의 자기 취향의 싸움이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 주류다 라고 꼽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매우 적은 소수의 인원이 자신의 선호 취향에 맞춰 주문하기 때문이죠.
솔직히 한 글 안에 모든 키보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싶었지만... 글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아서 이번에는 스위치에 관해서만 간략하게 적었습니다. 아마 다음주쯤? 2편에 대해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첫줄을 보니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