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거때문이 아닐까요?
며칠 전 친구랑 동묘를 놀러갔습니다. 동묘를 자주 가는 편은 아닌데, 일단 갔다 하면 저렴한 거 뭐 하나는 사옵니다. 그래봣자 인생 통틀어 가본게 세번이 다지만. 보통 카메라 같은 건 연식별로 다 있지만 비싼데다 관심 분야가 아니고, 컴퓨터 분야에서 80-90년대 제품들은 절대로 안 나오기에 보통 패스하는 편인데요. 포터블 쪽은 00년대 물건들이 랜덤하게 기념품삼아 한 번쯤 사 볼만한 가격에 나오는 듯 싶네요. 사실 이걸 사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게 윈도우 깔린 비슷한 디자인의 코원 MID인줄 알고 잘못 사왔어요. 배터리도 죽어있어서 용산 101 특수밧데리 가서 2만원 주고 갈았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거 아닌가 싶긴 한데, 그래도 3만원에 배터리 걱정 안해도 되는 A-급 PMP를 구했으니 그냥저냥 만족합니다.
당시 PMP라는 카테고리의 제품은 미디어 플레이어 그 이상의 무언가였습니다. 스마트폰이 지원하는 기능을 전부 지원하며 고용량의 동영상을 괜찮은 화질로 재생해 주고 제품에 따라서는 인터넷 브라우저까지 내장한, 즉 'PC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고성능 휴대기기' 로써 당시 주된 소비층이었던 학생들에게 있어 많은 인기를 끌었죠. 부팅 과정을 거친 뒤 PC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무선랜과 외부 장치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식의 사용 패턴은 스마트폰과는 차이가 있었으며, 묵직한 배터리와 내장 HDD로 인해 휴대성 역시 떨어졌기에 휴대폰과 1대1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시 PMP를 사용하던 계층은 보통 피쳐폰 정도는 가지고 있었기에, 기능은 적지만 사용하기 편하고 즉각 소통이 가능한 휴대폰과 그 반대로 휴대성이 떨어지지만 제공하는 기능이 많고 사실상 미니 PC에 가까운 PMP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것보다 편의성은 떨어지지만, DVD 화질의 야동과 Windows CE용 미연시를 비롯한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등 스마트폰 하나에 비해 기능상으로는 더 나으며 인강과 전자사전 기능을 핑계로 부모님을 조를 수 있으므로 접근성도 좋기에 많이 보급되었죠.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핫했던 제품군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GBA 비디오 플레이어라든지 VideoNow부터 Windows Media Center 기반 플레이어까지 한국의 PMP와 비슷한 컨셉의 제품이 외국에도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 한국에서만 많이 만들고 많이 팔렸더라구요. 가정용 유선인터넷이 매우 빠르게 보급되었고 불따와 해적판이 판을 쳤던 한국의 인터넷 문화와 관련성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다 PMP는 오직 중소기업에서만 생산했다는 사실이 재밌습니다. 왜 삼성과 LG는 이런 물건을 만들지 않았는가? 와 같은 궁금증이 드네요. 분명히 내수시장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카테고리일텐데, 당시 삼성은 미츠나 옴니아 같은거나 만들고 말이죠.
저건 P5 모델입니다. Windows CE Core가 깔려있구요, MIPS 계열의 AMD Alchemy 1250을 내장합니다. 진짜 아쉬운게 바로 이 MIPS 칩인데, 동영상 가속능력은 탁월하지만 프로그램 호환성이 정말 개판이라, 뭔가를 깔아도 동작을 기대할 수 없는게 아쉽습니다. 이거만 빼면 제가 갖고 있는 R7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뛰어납니다. USB 호스트에 외부 영상출력, 블루투스와 리모컨 DMB 기능은 물론이고 터치 감도와 디스플레이 화질까지. R7은 갤탭과 아패가 제패하던 시대에 전국의 급식을 노리고 대충 급조해서 출시한 물건이라 그렇긴 하지만. 이제 코원 PMP만 두대네요. 이상하게 전 Windows CE가 좋더라구요. 특유의 PC같음과 레트로함이 매력인 듯 싶습니다.
이번에 시범과외를 한번 갔다왔는데.. 구해지는 대로 저 1.8인치 하드를 플래시 메모리 기반으로 갈아치우고 싶습니다. 돈과 시간이 꽤 들겠지만 일단 제품 분해는 매우 쉽기에 난이도는 하 정도 될 것 같고, 동영상을 어차피 안 볼테니 용량도 대충 32? 64? 기가 정도로만 하면 될듯.. 가장 큰 문제가 펌웨어 구하는건데 코원 p5 Windows CE Professional 펌 갖고계신분 급히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