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귀찮다는 이유로 점심도 거르는 매우 폐인같은 삶을 연명하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라이젠도 끝났겠다 이럴때 밖에 나가서 광합성을 하지 않으면 정수리에 곰팡이가 슬겠구나 하는 위기 의식을 느껴 나왔습니다. 새로 생겼는데 한번도 가지 않았던 동네 빵집에 들려보고 돈까스집(https://gigglehd.com/gg/158513 이 새로 이전한 곳)도 가보기로요.
빵을 사고 돈까스집에 갔는데 분명 점심 피크 시간대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더군요. 나름대로 만족한 가게가 꽤 장사가 잘 되는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봤지만 손님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한게 결정적인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빈 자리에 그릇들이 그대로 있는 게 미처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 거겠죠.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라니 흡사 기글하드웨어 운영자를 보는 듯 하여 씁쓸..
거기에 여기저기서 대화 소리가 들리고 나중에는 애를 데려온 손님까지 합세하면서 애가 왼발 오른발로 의자를 차는데 이것은 마치 휘모리 장단인지 자진모리 장단인지 가늠할 수가 없는데 그런 와중에 그런 와중에 유독 창가 쪽 테이블에 앉은 남자 두분의 대화가 귀에 꽂히네요. 제가 타인의 대화를 엿듣는 배덕한 취미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대화 내용이 용산의 유통사나 회사 이야기였거든요.
거 이상타 여기가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맛집도 아니고 이런 동네에 용산 관련 업종에 종사할만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이건 아무래도 로또사야하는 각인가 싶다가 밥이 나와서 밥좀 먹느라 이야기를 놓쳤거든요. 그랬더니 이번엔 대만 타이페이의 관광에 대한 말이 나오네요.
생판 모르는 사람 둘이서 이야기하는데 거기다 대고 나.. 나도... 나도 용산이랑 대만 이야기 할줄 안단 말야 빼애애애액 이랬다간 족보에 기록할 정도로 두고두고 쪽팔림을 면할 길이 없을 듯 하여 거 참 신기한 조합일세 그려 하고 밥을 마저 먹었죠. 그런데 두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하러 나오시는데, 순간 입에서 아니 여기까지 와서 뭐하는 거에요? 소리가 나오네요.
왜냐면 그 두분 중 한분이 지난주 AMD 컨퍼런스 콜때 만나서 같이 차 한잔 하고 '다음주에 라이젠 끝나고 나서 한번 봅시다'이러면서 헤어졌던 닥터몰라의 ㄷㄱ님이었거든요. ...뭐 그래서 정말로 라이젠 끝나고 다시 만나서 차를 한잔 더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온 오늘의 교훈:
1. 집 근처 돌아다닐 때도 귀찮다고 머리도 안 빗고 추리닝 대충 입고 나가지 말자
2. 업계 이야기는 카페에서 하지 말고 반드시 집이나 사무실에서만 해야겠다
3. 말이 씨된다
4. 기글하드웨어 운영자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으며 섬네일에 대한 유래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http://gigglehd.com/zbxe/12177721
5. 돈까스 맛있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