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바이크 얘기입니다.
저는 F900XR이라는 바이크를 타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겨울엔 시즌오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리터급에나 넣어줄 법한 전자장비를 챙겨준 (그런데 이젠 그게 표준이 돼서 딱히 두드러지는 장점은 아닌) 900cc 90마력대의 병렬 2기통 바이크인데, 디자인이나 성능에선 모자람 하나 없지만 딱 두 개 있습니다.
감성, 그리고 애프터마켓 파츠.
사실 감성 영역은 별로 대단치 않기는 합니다. 기껏해야 만족감의 5%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 5%가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은 이래저래 신경쓰이는 부분입니다. 특히 저처럼, 블랙을 예약했는데 어쩌다보니 색상 트림이 두 번이나 바뀌어서 취향도 아닌 화이트를 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출고 당시엔 최대한 행복회로를 돌리며 "그래, 이타샤를 한다면 차라리 화이트가 더 깔끔하고 좋지"라고 되뇌어봤지만, 결국 1년 넘게 이타샤 래핑은 하지도 않았으니 이젠 현실부정도 어려워졌죠.
애프터마켓 파츠는... 정말 없더라고요. 알리 익스프레스까지 뒤져보면 이것저것 나오긴 합니다만 대부분 사소한 외장 파츠 (사이드 스탠드 발판이나 라디에이터 가드 같은...) 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비싼 BMW의 순정 파츠 대신 쓸 수 있는 호환 파츠'가 또 태반이라, 다른 바이크들이 할 수 있는 것처럼 기능성이나 외형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물건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감성도 채워주고, 애프터마켓 파츠도 많아서 향후 호작질(!)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바이크를 알아보는 중인데... 최근 눈에 띈 모델이 있습니다. R nine T, 이른바 앙나인띠(...)로 알려진 벰베의 레트로 바이크입니다.
(사진은 MENG의 1:9 스케일 R nine T 프라모델 작례)
"우리 시대의 공냉 박서"라는 점에서 감성도 합격, 첫 등장 당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은 모델인만큼 애프터마켓 파츠도 많고, 커스텀 작례도 많으며, 뭣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칙칙하고 까맣고 우중충하고 울적하고 당장에라도 가출할 것 같은 커스텀도 가능해보여, 특히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어차피 10년 뒤엔 바이크를 더 탈 것 같지 않은데, 그렇다면야 이걸로 기변하고 오랫동안 품고 살아가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