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이 켜지며 미리보기 메세지가 화면을 채웠습니다.
'오늘 죽일거야'
너의 하찮은 목숨을 지금 당장 취하겠다 같은 말은 살벌해 보이지만, 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들을 수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조금만 자기 마음에 안 들어도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경험시켜주는데, 일단 목숨이 붙어 있어야 죽을 수 있으니 부활하는 속도만 따지고 보면 예수보다 위대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네요.
하지만 그런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누라한테서 들으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요. 내가 뭘 잘못했나? 그 동안 쌓인 정이 있어서 거사를 거행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예고를 해주는 것인가? 아니면 넌 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으니 이렇게 예고를 해도 결정된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인가? 등등의 음모론부터 시작해서 오늘 첫 출근인데 회사에서 벌써부터 일이 터졌나? 그 회사 평점이 낮고 사람들이 1년만 채우고 도망가던데 이렇게 심각했나 등의 현실적인 고민도 해보게 되는데요.
오늘 어린이집 간식이 죽, 粥, porridge라는 소리였군요.
애기가 과일이나 과자는 먹는데 죽은 싫어해서 안 먹었다는 결론을 낸 걸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죽인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