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폰카는 어디까지나 폰카일 뿐, 센서 판형에서 오는 성능과 복잡한 조작계를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폰카의 한계는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와서는 입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A7M3 + S23U를 둘 다 쓰는 입장에서, 오히려 미러리스가 책장에서 먼지를 맞고, 폰카를 쓰는 날이 많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으나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가 점점 강점은 더 강해지고 약점은 보완되고 있습니다. 주요 예시를 들자면 휴대성은 물론이고 높은 연사 속도, 처리 속도, 그리고 훨씬 정교한 자동 설정과 합성 기능이 있겠습니다.
DSLR/미러리스로 제대로 된 한 장을 건지려면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빛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는 지금 화각/촬영 자세에서 손떨림 없이 쓸 수 있는 셔터 스피드는 얼마쯤일지, 거기서 ISO 값에 의해 생기는 화질 저하는 얼마나 될지, 블러로 날릴 확률을 감안해서 얼마나 찍어야 할지,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해서 트레이드 오프를 마쳐야 합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피사체라면 최대한 빠르게 연사를 갈긴 다음, 건질 사진이 있는지 빠르게 확인하고, 없으면 재촬영하고, 집 가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가장 선명한 사진을 골라내서 편집 툴에 넣는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하겠죠.
스마트폰의 자동 제어는 이 많은 복잡한 것들을... 구식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폰카를 쓰면서 저도 신기합니다.
분명 찍으면서 자세가 흐트러졌기에 미러리스였다면 렌즈 손떨방의 도움을 받아도 사진이 번졌어야 정상일 상황에서 폰카는 거의 언제나 번지지 않은 한 장을 줍니다.
그리고 밤에도 마치 삼각대를 대고 장노출한 것처럼, 노이즈는 훨씬 적으면서도 흐르지 않은 결과물을 줍니다. 미러리스를 들고 나왔다면 (그리고 삼각대나 모노포드도 없고 기댈만한 물건도 없다면) 셔터를 1/4초로 맞추고 안 흔들린 한 장이 나올 때까지 석고상이 되어야 할 상황입니다.
저는 갤럭시 내부에서 돌아가는 일은 잘 모르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는 내부적으로 광량과 떨림 상황에 맞추어 최적의 셔터 스피드를 결정하고, 그 여러 장 중에서 가장 좋은 한 장을 자동으로 고르거나, 혹은 여러 장의 짧은 노출로 나누어 괜찮은 사진들을 겹쳐서 하나의 장노출 이미지를 만드는 처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능하다면 HDR 처리와 노이즈 제거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들어갈 테고요.
그러니 폰카는 미러리스만큼 내가 원하는 화각과 심도, 화소를 주지는 못하지만,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는 상황에서 저였다면 셔터와 포커스를 신경쓰느라 얼타고 놓쳤을 것을 폰카는 그 모든것을 기막히게 처리해서 한 장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미러리스가 여전히 전문적인 분야에서 우위에 있지만, 치고 나오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강점에 대응하려면 결국 '고전적인' 사진술, 즉 인간이 환경을 눈으로 보고, 노하우로 쌓인 판단을 내리고, 조작을 완성하고, 찍는 자세를 안정되게 잡는다는 어떠한 기술적이고 프로페셔널한 (간지나는) 사진술의 묘미를 내려놓고, 고도의 알고리즘과 합성에 기반을 둔, 즉 별로 인간미 없는 사진술을 따라해야 한다는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미 시대가 지나면서 카메라의 자동 셔터, 측광, WB 기능이 많이 발전했고 거기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미러리스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쓰이는 합성 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래에는 어쩌면 이렇게 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피사체에 렌즈를 갖다대고 셔터를 누르면, 카메라가 몇 초 동안 알아서 사진을 찍더니, 떨리거나 흔들린 부분은 지우고, HDR 합성도 끝나 있고, AI가 분석까지 끝내서 제안하는 색감 필터와 예시가 이미 나와 있고, 사진 구석에 지나가는 사람은 필요없는 것 같은데 저기만 지워줄까? 이렇게 물어본다면... 사진 찍는 일이 아주 편하긴 하겠지만 몇 가지 낭만은 사라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