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망가진 스피커를 버린다길래 밥 사주고 얻어왔습니다.
모델을 보시면 알겠지만 절대 맨입으로 받아올 물건이 아닌데 답례로 꽂아준다는 것도 거절하더군요...
어차피 자기한테는 버릴 물건이어서 상관없다나.. (수리비가 새로 사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캐패시터 하나씩 체크하면서 open/short 난 소자를 빠르게 확인해서 동일사양으로 부품 구매하고 납땜해주는 곳에 들고간다는 계획이었으나, 인생은 결코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게 냅두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또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캐패시터 특성 OK (용량까지 재는건 집에 장비가 없어서 멀티미터로 야매로 찍습니다)
1차 캐패시터에 전압 찍히고, 1차 및 2차 트랜스포머에 open/short 없는 것도 확인했는데, 희한하게 2차 단에 출력이 들어오지 않아서 이 시간까지 기판 붙들고 있었습니다.
아마 1차 단에서 스위칭 모스펫이 죽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 집에 있는 장비로는 진단이 힘듭니다...
* 추가
사진에는 잘 안 나오지만 구조가 아주 개떡같고 수리에 적대적입니다.
총 3개의 보드로, AC 입력을 받아서 9V/12V를 공급하는 파워 서플라이 역할의 보드 하나, 우퍼/트위터의 출력을 맡는 아날로그 보드 하나, 그리고 DSP 처리를 하는 디지털 보드 하나가 아주 복장터지는 구조로 뭉쳐 있습니다. 괜히 공식 A/S 업체에서도 부품 수리가 아니라 보드 교환을 해주는게 아닌가 봅니다.
파워 서플라이 역할의 보드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90%쯤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싼 오디오도 사람들이 모르는 속을 까보면 정말 엉망입니다. 납땜도 더럽고, 소자는 삐뚤빼뚤하고, 어딘가 싸구려를 썼는지 고장도 잘 나고.. 사람들이 스피커 껍데기와 가격만 보고 판단하니까 그런 시장에 적응한 것이겠죠.
몇 년 전에는 저 범계역 뒷편 공단 어딘가에 가면 만원 받고 고장난 소자 체크해서 새로 납땜까지 해 줬는데, 그 업체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산품은 다 무연납 (납땜에 납Pb을 쓰지 않음) 사용이라 집에서 납땜하기 빡세서, 고장부위만 확인하면 납땜 자체는 용산 업체에 들고 찾아갈 생각입니다.
역시 공짜의 길은 어렵고, 새로 사는 것이 쉽고 편하고, 어려운 길에는 약간의 낭만이 있습니다...
(잘 되면 수리 후기가 올라올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