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와 빌라로 꽉 채워진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아파트 시세를 이야기할 때면, 부득이하게 이 동네가 아니라 옆동네 아파트 이야기를 해요. 왜냐. 이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거든요. 대충 20가구 쯤 넣고서 아파트라고 붙인 건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서도. 하여간. 쓰레기나 재활용품을 집집마다 앞에 내놓는 식으로 처리를 합니다. 어느 동네 가보니 거기는 똑같은 다가구 빌라촌이어도 쓰레기 수거하는 스테이션이 따로 있던데 왜 여긴 그런게 없을까요. 이것도 예산 문제려나.
이렇게 내놓은 재활용품들을 모으면 돈이 되니까 이걸 줍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폭은 매우 넓습니다. 1톤 트럭에 2인 1조로 다니면서 전문적(?)으로 다니는 업자들도 있고, 손수레 끌고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어요. 그리고 이런 분들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 분들이 지나가는 시간대는 피해서 재활용품을 내놓습니다. 어차피 재활용 선별 처리장으로 갈 거, 그 사람들이 가져간다고 해서 뭔 일이 있다고 이러느냐면... 이 분들은 돈 되는 걸 가져가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그 외에 다른 건 신경을 안 쓰니까 그래요.
저는 큰 비닐 봉투를 모아서 거기에 종류별로 따로 담아서 내놓는데, 사람들이 저처럼만 한다면 참 평온하겠으나 절대로 그럴리가 없고... 대충 봉투나 박스 하나에 대충 재활용으로 분류되는 것들을 다 섞어 짬때립니다. 그리고 고물 수거하는 분들은 거기에서 돈 되는 것만 쏙쏙 골라 빼가죠. 빼가는 것까지는 뭐라 안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묶어둔 봉투를 푸는 건 아무것도 아니고, 옆에 떨어진 부스러기 같은 건 신경도 안 씁니다. 가장 못마땅한건 주로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재활용품을 바닥에 쏟아버리고, 그걸 담았던 박스만 얌냠해가는 것이죠.
어제는 지하에 살던 사람이 이사가면서 대형 폐기물을 잔뜩 내놨어요. 스티커를 붙여서 내놨으니 그 사람이 할 일은 그걸로 끝났죠. 개중에는 게이밍 체어도 하나 있었는데, 처음에는 분명 온전한 구성의 게이밍 체어가 나와 있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철제 프레임은 사라지고 게이밍 체어였던 것의 등받이, 바닥, 팔걸이 등등이 다 분리되어 따로 떨어져 돌아다니더라고요. 대형 폐기물 배출 스티커에는 '의자'라고 써져 있고 등받이에만 붙어 있는데 말이에요. 결국 제가 줏어다가 테이프로 대충 감아서 두니 대형 폐기물 수거해가시는 분이 융통성을 발휘해서 가져가시긴 했습니다만.
전에 살던 곳에선 할머니 한 분이 고물을 가져가시면서 항상 청소도 해두고, 고물 바꾼 돈으로 샀다면서 계란 같은 것도 가끔 주고 그러셨던데. 그런것까지는 안 바라고 그냥 쓰레기 수거만 방해를 안 한다면 오죽 좋겠나요.
써놓고 보니 아파트 사는 분들은 이게 뭔 소린지 이해를 못 하실것 같기도 하네요.
직장에서는 마당에 내둔 자동차 부품 박스를 그대로 폐지라고 주워가버리는 바람에 경찰 불렀던 일 까지 있었고.. (부품값 세자릿수.. 폐지 노인의 가족들이 치매드립 치면서 어떻게던 싸게 싸게 해결할려는거 보고 괘씸하더군요.)
원룸에서는 낄님 말씀대로 불순물 섞인경우 불순물 섞인건 그대로 바닥에 투척하고 멀쩡한 물건만 가져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