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저찌 하다보니 현재 통장 잔고가 1,000원 정도로 줄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숨을 쉬면서 이거 가지고는 로또도 한 장 못 산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로또에 당첨이 되면 어떤 컴퓨터를 맞출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로또에 당첨되면 한 천만원 정도는 컴퓨터에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딱 천만원에 맞춰서 견적을 짜면 무슨 물건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한번 짜 봤습니다.
먼저 CPU는 라이젠 스레드리퍼의 최상위 모델로 해봤습니다. 32코어 64스레드라니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잖아요? 그리고 메모리 또한 풀뱅크로 꽉꽉 채웠는데, 이것도 사나이의 로망! 때문에 지른 겁니다. 그래픽카드는 어째 RTX 2080Ti가 나오는 마당에 이게 뭐냐 싶겠지만, 저는 게임보다는 동영상을 좀 더 자주 볼 것 같아서 일부러 이 쪽을 택했습니다.
쿨러는 녹투아의 일명 농협 쿨러를 택했습니다. 사실 스레드리퍼 2990WX의 TDP 250W를 감당가능한 공랭식 쿨러가 몇 없더라고요. 특히나 TR4 소켓에 맞는 물건은 말이죠. 현 시점에서 국내에서 정식 판매하는 물건 중에서는 이 녀석이 2990WX에 사용가능한 거의 유일한 공랭식 쿨러인 듯 합니다.
파워서플라이는 용량을 계산해보니까 대충 700W급이면 될 것 같았지만, 기왕에 지르는 거 화끈하게 효율 좋은 1kW급 풀모듈러 파워로 넣어봤습니다. 케이스는 견적에 들어가 있는 E-ATX 메인보드와 거대한 CPU 쿨러의 크기를 감당할 수 있는 빅타워를 택했지요. 모니터가 어째 중소기업 제품인 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의외로 이 녀석은 (HDMI를 사용한다는 조건에서) 넷플릭스의 4K 영상 재생 조건을 충족하는 현 시점에서는 드문 30인치 미만 모니터입니다.
스피커 또한 웃긴 것이, 4K 모니터보다도 몸값이 비싼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앰프와 함께 DAC가 내장되어 있어서, 컴퓨터에 USB 또는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쓸 수 있는 음질 좋은 물건입니다. 물론 블루투스는 스마트폰과 연결하기에 더 좋죠. 근데 이걸 과연 용산의 업체에서 구해줄지가 의문이네요. 키보드는 평소에 써보고 싶었던 갈축으로 택했고, 마우스는 평소에 쓰던 로지텍 G402가 꽤 만족스러워서 부가 버튼 배열이 가장 유사한 물건으로 골랐습니다.
여기에다가 정품 윈도우 10 프로 버전을 추가하고, 다나와의 프리미엄 조립비를 더한 뒤 배송비를 아무렇게나 채워넣었더니, 어머나! 총 금액이 딱 999만 9천원이 되었네요! 참고로 이 견적 산출에 사용한 가격들은 다나와 카드가 기준 최저 가격에서 살짝 올림한 부가세 포함 가격입니다. 그러니 만약 현금박치기를 하면 가격이 더 깎이겠지요.
…근데, 이걸 완성하고 나니까 현자타임이 오네요. 통장잔고가 천원밖에 없는 사람이 천만원짜리 견적을 짜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oTL
...어차피 못 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