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신앙에는 오징어교가 있습니다.)
저는 전도에 그리 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재작년 10월인가 1907년 콜롬비아 한국음반 카탈로그 경매하면서 걸어가다가 노원역에서 누가 "혹시 운을 믿으세요" 했을 때 생각 없이 아뇨 하고 지나간 거 빼고는 기억나는 게 거의 없습니다.
2학년 올라가면서 전공과목 전부가 집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인 건물에서 모두 진행되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생식당도 가까워져 어제 학식을 먹고 있었는데,
누가 슬 오더니 스피치를 봐달래요.
혼밥하고 있었고, 트위터 탐라 갱신되는 것도 없고, 심심하고, 그래서 그냥 "넹" 했는데
선교스피치랍니다 ㅡㅡ
제가 어렸을 때 부터 왠지 모르게 증명되지 않고 목격되지 않은 무언가에 의지하고 그걸 믿는다는 사실이 몹시도 싫었지만(내가 믿을 건 나라는 그런?),
5-6학년때 여름성경학교 꼭 가라면서 애들한테 전도하는 선생때문에 더 싫어진 것도 있죠.
다른 사람이 절을 다니든 교회를 다니든 신경쓰지는 않는데, 누가 종교나, 특히 교회 및 성경 얘기를 꺼내면 좋은 반응 안 나옵니다.
어쨌든, 선교스피치라고 뒤늦게 말해서 제기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첨엔 개독 걸렸구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게 사이비더라구요.)
아니나다를까 창세기부터 얘기를 시작합니다. 선악과가 어쩌고 하는데 저는 소설 읽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얘기 중간중간에 저한테 뭘 묻는데 전 밥먹기만 하고 대답을 안 했습니다.
암튼 짧게 얘기를 들었더니 자기 스피치가 어땠는지 설문조사를 해달래요.
대충 끄적이고 봤더니 KDI뭐시깽이라고 밑에 적혀있고, 기도 어쩌고저쩌고가 적혀있어서
"나는 이 밑에 써 있는 게 뭔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원하시는 평가는 다 끝냈습니다"
이랬더니 무슨 기도를 대신 해 준대요. 가끔 '평생 인생 날로먹는 운빨은 있었으면 좋겠다' 해도 기도하고 살진 않아본 사람한테 그러네요.
그래서 "그건 제가 알아야 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연락처를 달래요.
학교나 동호회에서도 연락처 밝히길 굉장히 싫어하는 타입이라, 설문조산데 그런 게 왜 필요하냐, 난 개인정보 밝히고 싶지 않다 했더니 인사하고 나갑니다.
여기 학교 보니까 2인1조로 돌아다니는 것도 보이고, 학생식당에서도 이런 일이 가끔 벌어지는 것 같아요.
화장실에 붙어있는 심리검사를 해 주면 뭘 준다(쑻) 이런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찾아보니 이것도 아니나다를까 사이비네요.
제네 입장에서는 여러 사람 전도해야 하는데 한놈이 계속 붙잡고 안놔주면 자신들이 먼저 알아서 도망칠꺼거든요.
아 그리고 저 부류의 사이비들은 사이비종교에 돈 바치느라 돈도 없고 가난한 거지들이라 밥 사달라거나 고급 커피 뜯어먹으며 영양가 없는 개똥철학만 줄줄 읖어줘도 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