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카메라나 그래픽카드도 비싸다고 손이 벌벌벌 떨리는 사람인데, 100만원짜리 핸드폰은 더더욱 살 엄두를 못내는 서민입니다. 그래서 알뜰폰+중고폰 조합으로 몇 년째 연명 중이죠.
어쩌다보니 단골이 된 중고 업자 양반이 있는데, 문자로 물어보면 재구매했으니까 만원 까준다고 먼저 말해줄 정도에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엄청 많이도 산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군요. 지금까지 네번 샀던가...
어디 대기업 재활용폰으로 나가야 할 물량 중에서 중고로 좀 더 붙여서 팔아도 되겠다 싶어보이는 컨디션의 물건만 빼서, 재고 생길 때마다 판매하는 뭐 그런 아저씨에요. 위치는 극한의 땅 신도림 옆동네.
근데 이 아저씨가 거래할 때마다 꼭 하나씩 빼먹는단 말이죠. 화면 깔끔이라 했는데 켜보니 번인이 있던가, 갤럭시 S8에 마이크로 USB 케이블을 주던가, 갤럭시 노트 8을 샀는데 S8도 못 가릴 이상한 보호 필름을 주던가.
뭐 이 정도는 감내할 수준이라서 나중에 연락도 안합니다. 어차피 케이블은 삼성 정품이나 직접 뜯어본 와사비망고꺼 아니면 쓸 생각도 안하고, 보호 필름도 안 붙이고 살고, 번인도 으레 생기는 거려니 하고 해탈했거든요.
그리고 다시 연락하기도 귀찮아요. 내 할일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몇천원짜리 액세서리에 시간을 낭비해봤자 결국은 손해더라구요. 하루가 48시간 쯤 되던가 잠을 4시간만 자도 안 피곤하면 참 좋을텐데.
중고 구매 자체가 워낙 리스크가 크다보니 이 정도 사고(?)는 뭐 감내하고 계속 사게 되네요. 예전에 개인 매물처럼 팔았는데 알고 보니 속이 다 썩어있는 S5 폭탄을 받은 뒤로는, 차라리 대놓고 업자인 경우가 속이 편하더군요.
100% 만족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에 그런게 어딨어요. 그럴려면 3배 더 비싼 신품을 사야지. 100%만 찾다보면 평생 투표도 못하고 늙어 죽을테니 적당히 타협해가면서 살아야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