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의 역사는 기원전 743년에서 서기 476년으로 1219년, 거기에 동로마 제국을 로마 제국으로 치면 1453년 멸망으로 2197년을 존재해 왔습니다. 역사가 긴 만큼 평화로운 시절도 있었지만 서로 콩가루로 갈라져서 반란이나 권력투쟁으로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싸운 경우도 많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내전은 나라를 약화시키고 망하기 일보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장 한국만 해도 고구려가 이런 내전으로 장수왕때의 강력한 국력과 영토를 말아먹은 선례가 있죠.
건국 초 귀족들과 평민들이 서로 참정권과 권리 등을 두고 싸우는데도 카르타고를 박살내고 동맹시 전쟁도 잘 풀어내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디아도코이 왕조들을 멸망시킵니다.
술라와 마리우스라는 거물 정치인,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 이들이 사병을 이끌고 서로 싸우다가 화해하고 다시 뒷퉁수 치는 시절에 로마는 미트리다테스 6세라고 하는 강적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폰토스의 왕으로 당시 알렉산더 대왕에 맞먹을 정도로 잘 나가는 장군이자 지도자였습니다. 그런데 로마는 이렇게 서로 싸우면서도 미트리다테스가 로마를 공격해오면 손쉽게 박살내 버립니다. 전력으로 싸운 게 아닌 내전 중에 잠깐 짬 내서 싸우는데도요. 덕분에 미트리다테스 왕은 정작 왕국도 넓히고 번번히 다른 데서는 승리를 거두면서 로마라는 담당일진이 나타나면 얻어터지기만 하다가 기껏 이룬 업적도 다 말아먹고 암살당합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에페이로스의 왕인 피로스 역시 로마와 맞서 싸웠지만 전투에서는 승리하지만 전쟁에서는 이겨도 얻는 게 없거나 패배하는 등 로마에게 밀리기만 하다가 결국 나라를 말아먹고 맙니다.
로마 제국이 성립된 이후 로마의 동방에는 파르티아라고 하는 강력한 라이벌과 맞서 싸우게 됩니다. 이들은 이전에도 크라수스와 같은 로마의 거물 정치인 겸 장군과 로마군을 물리치기도 한 강력한 상대였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내전을 벌이면서 혼란스러웠는데도 파르티아의 침략을 번번이 박살낸데다가 막 내전이 끝난 직후의 만신창이었던 로마 제국이 니시바스에서 파르티아와 전투를 벌이자 이 전투로 인해 파르티아는 큰 타격을 입고 멸망하고 맙니다.
이후 로마는 군인 황제 시대라고 해서 심심하면 장군들이 난을 일으키고 황제를 암살하고 찬탈하는 막장 시대로 접어듭니다. 그런데 그 때를 틈타서 지금의 시리아 지역에서 제노비아 여왕이 팔미라 제국을 만들고 독립하려고 합니다. 제노비아 여왕은 당대의 여걸이자 뛰어난 군인이었지만 내전 중에 즉위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가 군대를 보내자 그의 제국은 박살나고 맙니다. 지금은 팔미라는 그저 유적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로마가 혼란에 빠져서 자멸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게르만족은 로마가 세운 방어선을 뚫지도 못하고 오히려 로마 제국의 군사력과 문화에 동화되서 전향하기까지 합니다. 게르만족이 유럽 전역에 진출하게 되는 것은 서로마 제국이 완전히 막장을 탄 5세기 경에나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막장을 탄 시점에서도 서로마 제국은 훈족을 어르고 달래다가 훈족이 날뛰자 비록 힘겹게 이기기는 했지만 카탈라우눔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후 훈족은 큰 타격을 입었고 지도자인 아틸라가 죽고 난 후 흔적도 없이 와해되 버립니다. 물론 이 때 마지막 힘을 불태웠던 서로마 제국은 20년 후 멸망합니다만.
동로마 제국의 경우 서기 7세기에서부터 15세기까지 거의 800년 가까이 이슬람 국가들과 맞서 싸웁니다. 자신과 맞먹는 라이벌인 사산 왕조가 무너지는데도 불구하고 동로마 제국은 국가를 잘 유지했고, 오히려 9~11세기에는 이슬람 국가들에게 총공세를 펼쳐서 이슬람 국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힘과 여유가 있었으면 이슬람 제국이 완전히 당해버릴 정도였죠. 그 이후 동로마 제국은 서서히 힘을 잃어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453년까지 다른 나라들이면 나라가 몇 번을 바뀔 세월동안 잘 버팁니다.
보다시피 하는 걸 보면 마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아제로스 같은 곳입니다. 지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고 하다가도 외부에서 적이 처들어오면 서로 치고박고 싸우면서도 그 적도 박살내는 점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