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은 일요일, 뭔가 평소와는 다른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어느 음식점을 갈지 알아보던 중, 친구로부터 이런 소개를 받았죠.
동네 현지인(!)들이 모이는 중동 요리를 파는 가게, 이 얼마나 감혹적인 울림이란 말입니까. 그리하여 오늘은 아라베스크 송도점에 다녀왔습니다.
대충 구 송도 어디 즈음에 위치한 가게에 도착, 오후 2시에 도착해서 그런지 가게는 한산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은 4시~5시) 테이블지는 읭? 싶은 향신료 및 이태원점, 동춘동점 등 각 지역 지점에 대한 소개로 쓰여 있었습니다. 향신료 중엔 익숙한 것도 많고,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네요.
중동 요리를 취급하는 가게라고 했지만, 사실 여기는 커리와 케밥을 파는, 네, 인도 및 네팔 요리를 파는 가게입니다. 하지만 여타 인도(+네팔) 음식점과 차이가 나는 점이 있는데, 바로...
이렇게, 후무스나 팔라펠 같은 좀 더 오리엔트풍 메뉴가 있다는 것이죠.
전반적으로 메뉴 가격대는 살짝 높은 편인데, 최근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 이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그리고 할랄 푸드 인증을 받은 곳이라 술은 없습니다.
혼자서 방문했기 때문에, 식사로 치킨 비리야니, 요리로 양고기 후무스를 시키고 음료수도 한 잔 시켰습니다. 저렇게 해서 27,000원이 나옵니다. 어차피 특식으로 사치를 부릴 생각이었으니 그냥 주문했는데, 사실 한끼로 불태우기엔 좀 센 가격이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걸 보기 전까지는요.
충격적으로 거대한 밥 더미가 일단 저를 반깁니다. 접시도 꽤 큰 편인데 그 위로 밥을 수북이 담았으며, 저렇게 밥을 헤치면 닭고기 정육 커다란 것(아마 허벅지살?)이 대여섯 조각 튀어나옵니다. 요구르트 소스와 레몬, 샐러드도 같이... 난 돼지새끼니까 1인 2요리 쌉가능이지ㅎㅎ 라고 생각했던 제가 어리석었지 뭡니까.
(경고해도_듣지_않은.jpg)
먼저 비리야니. 길쭉한 쌀 먹는 동네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각종 향신료로 양념해 찐 밥입니다. 기름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볶음밥과는 식감부터 질감, 맛까지 모든 면에서 다르죠. 강렬한 향신료 느낌이 물씬 풍기는 외견과 달리 맛은 평범하게 맛있는 카레밥에 가깝고, 향도 특별히 이질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아마 마크니 커리를 드실 수 있다면 이것도 어렵지 않게 드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쌀을 찐 음식이라 물기가 많을 것 같지만 수분감이 많이 부족한 편인데, 곁들임으로 나온 요구르트 소스의 도움을 받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두 번째 요리인 후무스. 중근동에서 많이 재배하는 병아리콩을 물에 불리고 갈고 향신료와 뭘 집어넣고 잘 섞으면 완성되는 요리이자 소스이기도 한 그것입니다. 제가 시킨 메뉴는 그 위에 구운 양고기를 올린 양고기 후무스죠. 한 입 먹으면 콩의 풋풋한 냄새가 살짝 올라오지만, 혀를 감싸는 기름진 맛과 고소함이 합쳐지며 크게 자극적이진 않은데 계속 먹게 되는 신기한 맛이 납니다.
그러나 저는 이걸 얼마 못 뜨고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맛이 없어서? 별로라서? 기대한 것보단 영 아니라서? 전부 아닙니다.
그냥 비리야니가 너무 많았습니다. 비리야니를 먹고 남은 후무스를 다 먹자니 생리학적인 위기감지능력이 더 먹으면 집에 가다가 칠공으로 오늘 먹은 걸 도로 뿜을 텐데? 라는 경고를 전해줬기 때문에 도저히 식사를 이어나갈 수 없었습니다. 정말 수년만에 처음 겪는 완식 실패네요.
아무튼, 총평하자면
- 맛: 좋음. 서아시아 요리는 많이 안 먹어봐서 사실 뭐가 맛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음
- 양: 너무 좋음.
- 가격: 양을 생각하면 오히려 국밥보다 가성비 높은 게?
다음엔 렌틸 수프, 그냥 후무스, 팔라펠로 얌전히 먹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