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키보드 관련 글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하드웨어 관련이 아닌 물렁웨어, 즉 쓰는 사람의 이야기.
올해 초에 본격적으로 키보드에 (다시) 빠지기 전까지 저는 특이한 타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타법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이냐 하면, 이런 타법입니다.
왼손은 새끼손가락은 쉬프트에 고정,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글쇠를 칩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검지로 모든 글쇠를 치고 새끼로 엔터와 백스페이스, 그리고 엄지로 스페이스바를 누릅니다.
(사진은 왼손입니다만...)
놀랍게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서 팔에 통증은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무리해서 표준 타법에 적용하다 보니 손목이 살짝 안 좋아졌으면 모를까요.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 한글 두벌식 자판에 최적화된(?) 타법입니다.
종성이 없는 경우 왼손 자음과 오른손 모음이 번갈아가며 입력되게 되지만,
종성이 들어가는 음절의 경우 좌우좌-좌우좌-... 를 반복하게 되기 때문.
오른손의 활용이 왼손보다 훨씬 적은 것을 반영한 타법이 됩니다.
요즘 키보드를 테스트하면서 타자를 칠 때 왠지 속도가 예전같이 안 나온다 싶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61키 미만 키보드를 만지면서 왜 오른손이 헛노나 했는데, 그 이유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표준 타법에서 F와 J의 돌기를 이용해 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 반해,
저는 오른손 새끼를 백스페이스에 올리는 것으로 나머지 키의 위치를 예측했기 때문.
덕분에 아직도 속도는 예전같지 못합니다.
기존 타법으로는 한글 7-800타 수준이었지만, 표준 타법으로는 5-600 정도.
동영상으로 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이것이 표준 타법으로 프리오닉을 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 타법으로 포커3을 치는 모습입니다.
아쉽게도 중지와 약지를 접은 상태로 치는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늦게나마 원인을 깨닫고 나서, 한번은 손을 혹사시키며 굳이 느린 표준타법을 익히는 의미가 있나 싶은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자세를 바로잡고 나니 통증은 거의 사라지긴 했네요.
무엇보다 작은 키보드들은 제 타법으로는 사용이 어려우니, 앞으로도 정진을 해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