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게 6월 쯤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다 똑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어떤 생두를 사다가 볶아먹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커피는 대중적인 음료지만, 또 밑도 끝도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도 많이 발견하곤 합니다.
마케팅 때문일수도 있고, 단순히 구전으로 전달되는 정보가 변질된 것도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준의 학술적 지식과 레퍼런스, 그리고 경험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못 되고, 적당히 제가 지금까지 알아보고 공부한 커피 관련 정보를 조금씩 정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잖아요. 한주를 마무리하기에 좋은 시간때우기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 블로그에나 올릴 법한 글이지만, 사람들이 찾는 블로그와는 연이 없어서 여기에 올리는 건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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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품종
일반적으로 우리가 음료로 접할 수 있는 커피는 꼭두서니과 커피족의 커피속Coffea 중 아라비카Coffea arabica, 로부스타Coffea canephora, 리베리카Coffea liberica의 세 가지 종입니다. 향과 맛을 즐기는 농산물인 만큼 종별로 특징과 쓰임새가 명확하게 나뉩니다.
아라비카는 주로 음료로 소비됩니다. 고지대에서만 생산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에 고급 품종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향과 산미가 뛰어나며, 로부스타에 비해 쓴맛은 덜합니다. 로부스타는 이에 비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robust: 튼튼한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합니다. 산미나 향보다는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음료로도 마시지만 주로 믹스커피 등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아마 더위사냥이나 커피우유에 들어가는 커피도 로부스타 계열의 품종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리베리카의 생산량은 5% 미만으로 소수이고, 사실 저도 아직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라비카와 달리 커피녹병에 강해 필리핀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쪽에서 많이 재배되었다고 하고, 아라비카보다 쓴 맛이 약하지만 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언젠가 원두를 구하게 되면 그때 소감을 다시 남기고 싶네요.
실제로 시장에 유통되는 커피의 종류는 보통 아라비카의 아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버번Bourbon, 티피카Typica, 카투라Caturra, 카투아이Catuai, 게샤/게이샤Gesha/Geisha 등이 모두 아라비카의 아종입니다. 이런 아종들은 같은 아라비카 종이라고는 얼핏 봐서는 모를 정도로 열매의 크기나 모양이 가지각색입니다. 물론 맛과 향은 그 이상으로 가지각색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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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원산지 - 커피 벨트
커피의 원산지로 많이 거론되는 나라를 몇 개 꼽아보자면 중남미의 콜롬비아, 브라질,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이디오피아), 케냐, 아시아의 베트남, 파퓨아뉴기니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도 기준 대강 ±25도 안에 위치한 지역을 커피 벨트라고 일컬어 부릅니다.
커피 벨트는 아라비카종을 재배하기에 적절한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아라비카는 최소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잘 자라는데, 커피 벨트 내 이러한 고산지대의 기후는 연중 쾌적한 기온을 제공합니다. 또한 산소 농도가 낮기 때문에 커피 열매의 성장이 더디게 되고, 크기는 작지만 한 알 한 알이 더 풍만한 향과 맛을 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두 전문점에서는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원두의 재배 고도를 표시합니다.
이에 반해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더 높은 온도와 낮은 고도에서도 잘 자란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먹을 용도로는 힘들지만 커피 나무는 실내에서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공기 정화 성능이 뛰어나다고 하네요.
토질과 재배 방법, 기후 등이 다른 만큼 원산지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다르지만, 커피의 맛에는 품종과 고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의 경우 고산지대가 많아 향이 좋은 커피가 많이 재배되고, 브라질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지대에서 재배하기에 알이 굵고 산미가 적은 커피가 재배됩니다. 또한 원산지에 따라 커피 농업의 규모가 다른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뭐, 그래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원산지에 갖는 이미지만 가지고도 충분히 원하는 커피를 구할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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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원산지 - 더 깊게
커피 원두를 주루룩 훑어보다 보면 이국적인 용어가 많이 나옵니다. 예가체프는 그나마 양반이고, 구지, 시다모... 특히 에티오피아의 경우 더 심합니다. 예를 들자면 에티오피아 모모라 워시드 샤키소 구지 G1. 어디서 어디까지가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인지 얼핏 봐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쌀 시장이랑 얼핏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쌀은 이천, 여주, 철원 등지에서 다양한 품종이 생산됩니다. 단순히 "국내산 쌀" 이라고 하면 이런 쌀들의 총칭이 되는 것이겠지요. 더 깊게 들어간다면 이천 쌀 중에서도 읍면 소재지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도 농장별로, 고시히카리니 아끼바레니 품종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피도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 커피라고 한다면 에티오피아 각지에서 나는 커피를 총칭하는 이름이 됩니다. 구지는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주의 행정구역 이름이고, 샤키소는 구지에 위치한 마을 이름입니다. 모모라는 농장의 이름이 되니까, 우리나라 쌀로 따지면 이천시 신둔면 김가네 쌀 같은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에티오피아야 커피 농업의 규모가 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단일 농장에서 나오는 원두를 유통하고, 거기에 높은 가치를 매기고는 합니다만 많은 경우 우리나라의 농협처럼 커피생산조합을 통해 소규모 농장들의 수확물을 모아 유통하곤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쌀도 농장 단위로 파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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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오리진 vs. 블렌디드
위와 같이 원산지가 한 곳인 원두로만 구성된 커피를 싱글 오리진이라고 하고, 두 군데 이상을 섞은 경우 블렌디드라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워낙에 품종과 지역이 다양해 에티오피아산 원두만으로도 블렌딩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싱글 오리진을 더 높게 칩니다. 하지만 블렌딩을 통해 원두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서로 보완시키거나, 특징을 더 강하게 만들어 그 고유의 맛을 브랜드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시킬 경우 블렌딩 된 원두를 사용합니다.
제 경우 다양한 맛과 향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싱글 오리진을 정해진 것 없이 여러가지 바꿔가며 먹는 것을 선호합니다. 반대로 하나의 정해진 블렌딩을 꾸준히 드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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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한 글에 모두 담자니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1편 딱지를 붙여 봅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 끌리는 대로 써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출처는 http://www.coffeeresearch.org 및 https://coffee.stackexchange.com 등에서 보고 들은 내용입니다.
잘 보고 가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