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사용중이던 NAS는 hp 7세대 마이크로서버 N54L 이었습니다. 개인용 NAS로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아주 적절한 성능과 조용함, 거기에 4베이임에도 너무 크지 않은 부피를 갖는 그야말로 적절함의 집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여하튼. 다만 문제는 4베이가 꽉 찼는데 하드디스크를 추가 장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베이도 부족하고 SATA포트도 부족하니 하릴없이 N54L은 창고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대체품으로 빅타워 케이스(하드디스크 내장 8베이)에 i7-3750K + WS 보드를 내장그래픽으로 굴리는, 다양한 의미로 밸런스가 맞지 않는 물건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리 하나가 박살났거든요.
그렇게 한두달 여를 쓰다보니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덩치를 둘 곳이 책상 밑 뿐이라는 것이고,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이 덩치를 발로 걷어차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24/7 가동되는 NAS에 모다가 돌아가는 하드디스크에 있어서 충격은 피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귀찮으니까 그냥쓰자는 상황이 몇 달간 계속되었고- 그 끝에는 HDD 사망이라는 멋진(...)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죠. 다행히 물리적으로 고장나기 전에 SMART 정보를 보고 데이터는 다른 디스크로 옮겼습니다만, 여하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도 하드디스크 5개를 물려야 하는데다 향후 확장까지 고려한다면 적어도 하드베이가 8개쯤 되는 케이스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미들타워급이라고 해도 요즘 하드디스크 베이는 많아야 2개 내외로 달리잖아요. 빅타워는 발로 걷어차는 문제때문에 못쓰는 상황이고. 요컨대 부피는 작으면서 하드베이는 많아야 한다는 조건인데 아이고 머리야. 무슨 가볍고 성능좋고 저렴한 노트북같은 이야기네요.
물론 상용 NAS중에도 8베이 내지는 12베이 제품도 시판중입니다만, 가격을 보면 8베이 모델은 120만원을 넘더라구요. 아이고야, 그 돈이면 차라리 아크릴 판 짤라서 만들고 말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상용 NAS로 간다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도 지독하게 난관일 것이거든요. 기 사용중이던 시스템이 XigmaNAS인데 이건 FreeBSD 기반입니다. 유닉스 파일시스템이 기본값이다보니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은 곧 백업-포맷-복원이라는 난관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게 고민중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용케도 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게 되었습니다. 허구헌날 검색해도 누군가의 아픔을 담고 있는 달팽이NAS만 나오더니 어느날 운좋게 얻어걸린 것입니다.
오호라, 요구조건에 아주 적절히 들어맞습니다. 파워가 전용 규격이라 좀 그렇습니다만 에라모르겠다, 300W 포함해서 냅다 주문했습니다. 할인쿠폰을 먹여서 아슬아슬하게 150달러 면세범위 밑으로 끊었습니다. 지금 이력을 찾아보니 지난달 9일에 주문했네요.
아시다시피 중국에서 배송이 오려면 배타고 오는데 열흘에서 보름쯤 걸립니다. 그 동안 보드와 CPU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ITX보드만 사용가능하고, 이런데는 아톰이 제격이지- 하고 찾아보는데 SATA포트가 죄다 두 개밖에 없는거에요. 아뿔싸, 나는 8개를 달아야 하는데? 부랴부랴 확장카드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찾다보니 LSI 9207 칩셋을 사용하는 HBA 카드를 달면 된대요.
IT모드인지 IR모드인지 바이오스가 있고없고 어쩌고는 치차하고, 문제는 이게 PCI-Ex 3.0 8x를 사용합니다. 이 속도를 만족하고 내장그래픽이 있는 CPU+ITX보드 조합을 찾다보니 인텔 쪽은 모르겠고 라이젠 3200G에 A320보드 조합이 나오네요. 아이고 오버스펙도 한참 위인데... 머 어쩔수 없지 나중에 서브컴으로 쓸 수도 있겠지 쓰읍 하고서 주문했습니다. 넣는 김에 램도 8GB 두 장을 물렸지요. 찾아보니 지난달 17일의 일이었습니다.
18일에 케이스도 도착해서 주말에 가조립을 해 봤습니다. 케이스 박스를 마대자루에 넣어서 한 번 더 포장한 탓에, 뜯는데 좀 고생을 했습니다. 자 이제 가조립을 해 보자~ 했는데 어...
하드베이에서 메인보드 상판까지 54mm가 나옵니다. 실제 장착가능한 쿨러 높이는 더 낮아집니다. 간섭때문에 레이스 스텔스 쿨러는 장착불가(...) AMD 쓰는 친구에게 SOS를 쳤습니다. 37mm 녹투아 쿨러 장착하싈? 근데 7만원임 ㅋㅋㅋ 같은 시답잖은 이야기 좀 하다가 45mm쯤 되는 쿨러가 있대서 ㅇㅋ 내놔 하고 주말에 쫒아가서 받아왔습니다. 장착 성공!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22일에 HBA카드와 커넥터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65딸러에 주문하고 이제 드래곤볼 언제 모이나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추석명절 끼고 지난 6일에 도착하여, 8일에 조립 완료하고 하드디스크 모두 옮기고 전원을 넣었습니다.
XigmaNAS에서 하드디스크 인식도 모두 잘 되고 모든게 정상 작동합니다. 다만 쿨러소리가 참 우렁차네요... 보드에서 팬속도 제어를 최저한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거슬립니다. 하릴없이 쿨러도 주문해야 할 모양입니다.
요컨대, 150+65달러 + 37만원으로 8베이 NAS로 업그레이드 하였습니다. CPU 쿨러와 90mm 팬 두 개도 모두 저소음으로 교체하면 10만원쯤 더 깨질 예정이지만, 그걸 더해도 70만원 중반대이니 상용제품 대비 50만원 이상 절약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드에 SATA포트 4개가 더 있으니 케이스만 교체하면 12베이까지 확장 가능합니다. 가성비 괜찮지 않나요? 이제 카드값을 메꿔야 하는 다음달의 나에게 약간만 미안해 하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저 쿨러를 제공해 준 친구놈은 10월이 되자마자 르누아르로 업그레이드 했다면서 전에 쓰던 3200G를 싸게 판다고 하네요. 야이씨 보름만 일찍 말하면 모두가 행복해 졌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