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찾아서 본 영화는 아니고 틀어주길래 아무 생각 없이 본 영화인데요. 출연진이 너무 화려해서 저 조합이면 재미가 분명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봤지만, 끝날 때까지 없던 재미가 생기는 반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명 배우가 한 두명이면 감독이나 제작진이 저 배우의 스캔들 비디오라도 갖고 있나 의심을 해볼텐데, 저 많은 유명 배우의 비밀을 손에 쥐고 흔들거나 인맥으로 끌어오긴 힘들 것 같고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각본 단계에선 이렇게 맛없게 섞을 줄은 몰랐을 것 같기도 하네요.
구두쇠+츤데레+영감님의 살짝 코믹한 좌충우돌을 그리는 척 하더가 헉 소리 나는 시체가 튀어 나왔다가 다시 토스트집 아줌마를 향한 로맨스로 가는 척 하다가 손녀같은 아가씨를 찾는 여정을 보여줬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차선을 몇 번이나 바꾸는지 모르겠어요. 1차선 정속주행충이 자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중간에 장르를 확 꺾어버리는 대표적인 영화, 기생충도 한 번 꺾은 후에 다시는 반대편을 돌아보지도 않고 분위기를 유지하는데요. 이 영화는 중간에 일부러 섞은 게 뻔히 티가 나는 개그씬을 부각시키려고 음악까지 생뚱맞게 바꾼단 말이죠. 살인 스릴러로 노선을 정했다면, 중간중간에 나오는 개그씬은 그냥 피식 하고 터지는 반전에 가까워야지 방향성 자체를 돌려선 안 될텐데요.
그래도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며 한 곳을 향해 꾸준히 간다면 상관이 없을텐데, 그 과정이 너무 작위적인데다 뻔하더라고요. 2017년에 나왔으니 망정이지 지금이었으면 비싼 돈 내과 영화관까지 찾아주신 관객을 모독한다는 소리도 들었을 법 한데요. 이거보고 무난한 킬링타임용 영화라는 평도 있던데, 그런 평을 쓰기 위해선 평소에 얼마나 무가치한 시간을 보냈던 걸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출연진이 조금만 덜 화려했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텐데, 오히려 화려한 출연진이 실망을 더 돋군 영화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