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고질병이 생겼습니다. 일주일에 리뷰를 세개 올리거나 해외 전시회를 다녀오느라 무리하면 왼쪽 아래의 씌운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기더라고요. 큰 맘먹고 동네 치과에 가니 이건 씌운 어금니를 뽑고 임플란트를 박는 것 외에 다른 답이 없다고 하시길래 기겁해서 도망나왔는데, 이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지니 올해 초에 다시 치과를 찾았습니다.
임플란트가 큰 돈이 든다는 건 각오하고 있었는데, 임플란트 시술을 마무리하는데 몇 달이 걸린다니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집이 팔리는대로 이사를 가겠다며 벼르고 있었거든요. 이사를 언제 갈지 모르고, 다시 이 동네에 올 이유도 없는데 몇 달짜리 수술을 여기서 질러버리기가 참 부담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사를 가는대로 수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사를 진행하면서 이사갈 집의 계약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어제 밤에 질질 끌던 리뷰도 올려서 당장 해치워야 할 일이 없어지자 오늘 바로 치과에 갔습니다. 오늘 홀가분한 기분으로 치과를 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당분간은 갈 시간이 안날 것 같더군요. 홧김에 치과를 가서 그런가 기다리는데 1시간, X레이 찍과 다시 기다리는데 1시간, 시술까지 30분 기다리네요.
화곡역 사거리에 치과가 열개 쯤 되는 것 같은데요. 볼 때마다 저렇게 치과가 많으면 의사양반들은 어떻게 먹고 사나 걱정했는데 완전히 쓸모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치과가 그렇게 많은데도 파리가 날리긴 커녕 저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요. 의사 한명이 있는 치과도 아니고 한 6명쯤 되는 곳인데도 그래요. 오히려 의사 혼자서 하는 곳이라면 환자가 별로 없을까요?
의사도 많고, 위치도 완전 역세권이다보니 장비들도 으리으리하더군요. 치과 진료용 의자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요. X레이나 CT를 찍어서 바로 환자가 볼 수 있도록 대형 TV를 달아놓고요. 또 의사마다 역할이 분할되고 진료용 의자도 용도가 달라서 여기선 진단만 하고 저기선 마취만 하고 요기선 수술만 하고 그래요. 이런 큰 병원의 시스템은 처음 겪어보네요.
이런 병원을 운영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 생각해보니, 요새 컨텐츠 크리에이터들도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가내수공업 비슷하게 하는 사람보다는 거대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는 쪽이 더 성공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여기에 치이고 저기에 치이는 자그마한 사이트 기글하드웨어의 명운은 어찌될 것인가 뭐 이런 고찰을 한편으로 하게 되는데...
하여간, 거짓말쟁이 의사라고 제목에 쓴 이유는 치과 의사들이 다들 그렇듯 '아프지 않다' '아프면 이야기하라' '아플리가 없다' 등의 진실되지 못한 말을 남발해서 그렇고요. 정말 아플리가 없는데 제가 꾀병을 부리는 가능성도 있겠죠. 왕년에는 사랑니 빼느라 3시간 동안 병원에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만 아파도 못 참겠네요.
입벌리고 있다보니 이번에도 3시간 쯤 지나간것 같은데 실제로는 30분밖에 안 걸리네요. 그 동안 의사 아저씨가 '어이쿠'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IC' 같은 추임새도 무심코 넣는 게, 제 이빨이 순순히 빠질 생각을 하지 않는구나 싶어요. 이 분은 이런 시술만 전문적으로 맡은 분이고, 환자 앞에서는 표현도 참 자제하시던데 무심코 나오는 말은 어쩔 수가 없는듯요.
제목에 오발탄이 들어간 이유는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이를 두개 뽑아서 그래요. 염증 때문에 두고두고 고생하다가 잇몸이 주저앉느니(지금도 썩 상태가 좋진 않지만), 며칠 고생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니 오늘 치과를 간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데... 어쨌건 아프네요. 너무 아파서 일을 못하겠으니 이런 뻘글이나 쓰고요. 거액이 결제된 신용카드 알림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아프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