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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듣자마자 저는 흥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비록 돼지력 빙고에서는 처참하게 패배하긴 했지만, 국내 5대 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한 번은 먹어야 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또 도전할 메뉴가 생겼다는 데에 기쁨을 느꼈습니다.
해서 퇴근길이 길어지는 걸 감수하고 KFC로 한달음에 달려가 까르보버거 세트(그라치아 팩+제로콜라)를 시켰습니다.
구성품입니다. 블랙라벨 2조각, 트위스트 1개, 버거 단품. 음료는 따로 주문을 해야 하고... 저는 소스 없이는 치킨을 먹지 못하는 괴질에 걸린 몸이라, 블랙라벨용으로 스파이시마요도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버거의 모습.
광고사진에 있는, 이 보기만 해도 감칠맛이 흐르는 것 같은 자태는 어디로 간 것인지 제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조용히 하세욧! 을 맞은 뒤틀린 황천의 KFC카롱이었습니다.
일단 맛부터 설명하자면.... 딱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 KFC에서 까르보나라 소스를 넣은 치킨 버거를 만들었습니다! 즉, 이 문구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른 바로 그 맛이 가감없이 정직하게 납니다.
KFC 치킨이나 빵이야 잘 아실 테고, 거두절미하고 소스만 말하자면, 일단 까르보나라 하면 떠오르는 그 듣기로 이탈리아 사람은 대체 왜 이게 까르보나라냐고 의아해한다는 크림과 버섯이 들어간 소스맛이 납니다. 하지만 버거의 소스로 쓰기 위한 별도의 개량은 없었거나 적었던 것 같습니다. 시판 중인 까르보나라 소스와 무엇이 다른 건지 알기 어렵습니다.
크림소스 까르보나라에서도 빠지는 일이 적은 후추는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일단 이 버거 안에도 계란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리고 크림이 기반인 소스이기 때문에 속에 얹히는 느낌이 남다른 헤비한 맛이 나는데, 후추가 이걸 잡아주지 못하니 양파의 매운맛과 단맛에 크게 의존하게 됩니다. KFC는 야채를 그린 할당제 이상으로 넣지 않는 게 장점인 곳인데, 이 버거만큼은 양파를 더 많이 넣어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더해서 식감도 썩 좋지 않습니다. 빵과 치킨은 해당 지점에서 이 버거를 만들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에 따라 상태/식감이 달라진다 치는데, 속에 들어간 계란... 이거 테두리 부분이 질깃질깃합니다. 그리고 소스에는 버섯이 들어 있고요. 빵, 치킨, 소스, 계란의 식감이 한데 모여 묘하게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 그나마 양파가 홀로 아삭아삭한 식감을 내주니 약간이나마 균형감이 생깁니다. 모자라지만요. 그러니 양파를 더 넣어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고작 패스트푸드점 햄버거에 뭘 기대한 거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마는, 제가 시킨 저 구성(그라치아 팩+콜라L+스파이시마요 소스)이 무려 15,900원에 달하는 값비싼 물건입니다. 이 돈이면 롯데리아를 가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먹고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도전하기 전에 한 번 고려해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