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아니고 드라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체르노빌 시즌 1의 1화가 1시간 쯤 되는데, 그거 하나만으로도 어지간한 명작 영화와 비밀만한 자격을 갖췄으니까요.
가끔 공포/스릴러 영화 감독을 보면 심각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엄청나게 징그럽거나 혐오스럽고, 잔인하거나 피가 철철 넘치는 장면이, 아무런 예고 없이 툭 튀어나오면 사람들이 공포를 느낀다고요. 천만에요. 그건 그냥 놀란 겁니다. 갑자기 뭐가 튀어나오니까요. 그리고 보기에 썩 좋지 않은 시각 정보가 뇌에 들어오니 불쾌해하는 거고요.
정말 전율을 느끼는 영화는 그런 게 필요 없습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체르노빌이에요. 여기에선 사람들의 목을 따버릴 끔찍한 괴물이나 피에 굶주린 살인마가 나오지 않지만, 상황과 장면과 음악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진짜 공포는 혐오스러운 게 깜짝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주인공에게 주어진 상황 그 자체에요. 1화가 공포물이고 그 뒤로는 덜해지긴 하지만..
그리고 소재가 소재다보니 핵의 안정성, 재난 상황에서 국가의 대처-특히 투명한 공개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가 참 크게 와닿는군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코로나란 사태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말이고요. 한편으로는 저런 사고가 일어난 후에 인류가 아직도 살아있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학교에서 일반 상식을 위해서라도 이건 의무적으로 틀어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