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을 쓴지 1년 6개월이 되갑니다.
전 물건을 험하게 쓰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항상 IPA로 표면을 청결히 유지해주고, 스크래치나 긁힘이 또는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찍힘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을 하거든요. 대표적인 예로, 전 케이스 없이는 물건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론 '사고' 는 항상 발생하고, 앵간해서는 안 부숴지는 9900의 액정을 박살낸 경험이 있지만... 운이 좋게도 키투는 그런 참사를 겪지 않았습니다.
일단 적어도 제 경험상, 6개월 이상을 사용하고도 최대한의 만족도를 유지하는 폰은 키투 빼고는 없었습니다. 다른 안드로이드나 사과기종들은 물론이요, BBOS 안드로이드를 막논하고 검은딸기의 구형 모델들은 지금 사용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아주 많죠. BIS 없으면 고자인 OS7, 쓰레기 같은 성능과 군데군데 아쉬운 OS10, 그리고 808을 달고 나온 프리브까지.
근데 키투는 참 절묘하거든요. 일단 스냅 660이 들어가서 속도가 정말 적당하면서도 발열과 전력소모가 낮습니다. 액정 해상도가 3:2 1080P라 디스플레이할 픽셀이 줄어서, 실사용시 갤럭시 S8-9 사이의 퍼포먼스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고사양 게임이 아예 안돌아가냐면 그것도 아니고. 돌릴려면 돌릴 수 있습니다.
Android 8.0의 편의성에 블랙베리만의 기능을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잘 만드는 블랙베리답게, 이 모든 기능이 그저 중국산 OEM 폰에 앱 깔아둔 수준이 아니라 전체 안드로이드 시스템에 통합이 되어 있습니다. 블랙베리 허브, Productivity Tab, 숏컷 바로가기와 사용자 설정이 가능한 유저 버튼 등은 전용 앱이 아닌 안드로이드 순정 설정 앱에서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근거이죠.
암호화가 되어있지만... 블랙베리에서 제공하는 암호화가 아닌 구글 순정 암호화입니다. 그래도 이걸 기본으로 활성화해놓는 데다가 10번 틀리면 자동으로 초기화 시키는 기능은 건재하고, 보안 수준도 나쁘지 않죠. 게다가 꼬박꼬박 년간 몇 회씩 OTA를 통해 보안 업데이트를 실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번 달 쯤에 업데이트를 했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차피 FBI가 출동하면 못 뚫을 것도 없잖아요.
사실 그냥 좀 튀고 싶어서 입문한 블랙베리라서, 이 정도로 만족할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대체 이 얘기를 몇 번이나 하는 지 모르겠는데, 해도 해도 모자랍니다? 그러므로 여기 문단은 넘기셔도 좋습니다.
근데 1년 반쯤 꾸준히 써가니까... 배터리가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하네요.
Accubattery는 전체의 80% 용량만이 남아있다고 하고, 조금만 써도 배터리가 빠르게 소진됩니다. 물론 idle 시에는 여전히 오래가서 다행이지만... 조만간 배터리를 교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트북 고치러 갔다가 알게 되었는데, 강릉시에도 서비스센터가 있다 하더군요.
케이스도 사고 싶습니다. 산다산다 해놓고서는 안 사고 있었는데... 현재 사용중인 TPU 케이스는 재료의 특성상 햇빛에 산화되는데, 이게 비가역적인 과정이라 한번 누래진 케이스는 복원이 안 되거든요.
그리고, 혹시 박살날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미개봉 키투를 하나 구하려고 합니다.... 키투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어서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