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후 시승했습니다. 남춘천역 앞 벨로스테이션에서 2시간 만원인데요.
후륜에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가 장착되어 있는 허브모터 방식이며, 정격 250W입니다. 컨트롤러의 최대 출력을 350w 전후의 값으로 표기하여 실제 출력은 이보다 더 낮은 일부 제품과 달리, '정격' 이 250W이므로 25km/h 내외의 주행상황에서 출력에는 큰 모자람이 없습니다. 가속력 역시 의외로 나쁘지 않아, 약 8초 안에 최고속도 도달 가능합니다.
허브모터 특성상,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는 구동계에 큰 부하가 걸리지 않습니다. 이 모델은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체인 대신 벨트 방식을 적용하였습니다. 물론 낮아진 정비성과 내구성이 체인에 비해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생활차임을 감안하면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1단 고정기어이지만 역시 허브모터 + 케이던스 측정방식이므로 큰 상관이 없습니다.
PAS는 '주행 보조장치' 로써,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고 반드시 페달링을 통해 동작하여 인력의 소모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모터사이클의 스로틀 장치에 대응하는, 출력을 조절하기 위한 input 값은 페달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게 됩니다.
전기자전거의 문제점은 바로 이 PAS 주행보조 방식에서 기인합니다. Torque 센서는 페달에 작용하는 돌림힘을 직접 측정하므로 주행에 큰 이질감이 없지만, 페달링 데이터의 처리 관련 노하우가 필요하고, 센서 역시 꽁짜가 아니죠. 이에 따라 백만 원 전후의 보급형 전기자전거는 페달링 파워를 측정하지 않고, 구동계가 돌아가는 속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터의 출력을 조절합니다. 속도 센서는 헐값이거든요. 따라서 모터의 보조량, 즉 자전거의 속도는 전적으로 케이던스에 비례합니다.
따라서 보통 자전거 타듯 죽을만큼 페달링을 하며 모터가 보조해주기를 기다리는 우를 범하지는 마시고, 케이던스를 천천히 올리며 일정하게 유지해 주시면 됩니다. 케이던스 측정 센서의 샘플링 주기 역시 빠르지 않아, 페달링을 시작해도 어시스트는 한 박자 늦게 들어갑니다. 기어가 달려있다면 최저단으로 맞춰주시고, 일정 케이던스만 유지해 준다면 인력을 가장 적게 소모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의 속도보다 느리게 페달링하면 구동계에 토크가 걸리지 않으며 자전거가 가속하지 않지만, 이 경우에도 모터가 보조하기 때문에 자전거는 계속 전진합니다. 자전거를 타는 느낌이 아니라, 자전거 모양의 오토바이를 타는 느낌이라고 묘사하면 될라나요. 그냥 타는 요령 자체가 달라요.
바로 이게 이질감을 발생시키는 부분입니다. 그 작동 원리상, 가장 많은 토크를 필요로 하는 첫 출발이 어렵습니다. 온 힘을 다해 페달을 찍어눌러 무거운 쇳덩이를 움직이게 하면, 케이던스가 0에서 천천히 증가합니다. 케이던스가 0으로 측정되는 순간에는 어시스트가 들어가지 않으며, '순간' 이라는 단어는 첫 출발후 케이던스가 측정되는 순간까지의 ~1초간을 의미합니다.
그래도 어차피 주행중에는 전기오토바이니까 상관없다구요? 오르막에서 멈췄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약간의 리튬이 함유된 20kg짜리 쇳덩이는 일반 자전거 중량의 최소 1.5배 이상이며, 허브모터의 특성상 구름 저항까지 존재합니다. 이걸 어시스트가 들어가기 전까지, 즉 케이던스가 0이 아닌 값으로 찍힐 때까지 100% 인력으로 자전거를 굴려야 합니다. 쉽지 않죠. 물론 스로틀을 장착하는 순간부터 국민 건강 진흥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주어진 운동기구로써의 온갖 지위와 특혜를 전부 내려놓아야 합니다. 근데 이럴거면 PM 인증받은 전동 킥보드를 사죠. 가격도 훨씬 싸고 오르막 문제도 없으며 최소 자도는 들어갈수 있으니.
배터리가 36V 9Ah입니다. 이 가격대의 전기자전거는 대부분 비슷한 스펙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뭐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요. 잔량은 전지 전압을 바탕으로 계산하나 그 수치를 표시하지 않고 5칸의 아이콘만으로 표기합니다. 신성한 국산 전기자전거에 중국산 전동킥보드에나 들어가는 전압 표시 기능 따위는 넣지 않겠다는 거겠죠? (중국산 계기판과 컨트롤러는 거의 대부분 전압 표시기능이 있습니다. 일부 제품은 전류량까지 표시가능.)
이 정도 용량에서 급정지와 급출발 및 언덕주행을 수반하고 인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40km 주행 후 2칸의 잔량이 남아있는건 선방했다고 봅니다. 모터와 컨트롤러 효율이 그만큼 좋다고 보면 될 것 같구요. 발열 역시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경사도 8% 정도의 경사를 올라갈 때 4칸이었던 배터리가 잠시나마 0칸이 되어버리는건 문제가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수준의 경사에서 전원컷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라도 아예 못써먹을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모든 자전거 이용자에게 적합하다고 보기에는 힘들 것입니다.
아무튼... 백만원 전후의 생활차 기반 전기자전거는 굉장히 애매하다는 생각입니다. 센서 작동 방식으로 인해 운동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고 사용상 불편함이 존재하죠. 이 정도 가격대면 파워와 휴대성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자전거 도로에 진입 가능한 전동 킥보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네 저도 전기자전거가 엄청 운동될줄 알았는데 아니드라구요. 자전거를 타면서 평균 심박수 Zone이 1.2 나오던데요.
전 7짜리로 25정도 타는데 제가 가혹환경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