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3700X + B350 보드를 중고로 싸게 샀습니다.
그런데 집 와서 장착을 하려보니 아무리 설명서를 보고 대 보고 끼워도 쿨러를 장착할 곳이 없더군요...
인텔 시스템은 많이 끼워봤는데 AM4는 처음이라 내가 멍청해서 못하는건가?? 싶다가 검색을 잘 해보니
바로 이 백플레이트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인텔은 쿨러에 따로 115X / 1700 용 백플레이트가 달려나오는데 암드는 이게 메인보드 포함인가 보군요
이게 있어야 쿨러의 브라켓을 보드에 결속시킬 수 있습니다.
물어보니 판매하신 분은 백플레이트를 잃어버렸다 하시더군요. 애초에 보드는 덤으로 받은거긴 합니다.
백플레이트는 알리 등에서도 따로 파는 것 같은데 기다릴 참을성이 도저히 없어서....
인터넷에서 AM4 백플레이트 도면을 구해서 3D 프린터로 뽑아놨습니다.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안 끼워져요.
도면 만든 아저씨가 직접 써보지를 않았는지, 튀어나온 부분이 너무 길어서
쿨러의 빨간색 스페이서가 끝까지 꽂히지를 못하니까 보드를 양쪽에서 꽉 조일 수가 없게 됩니다.
CAD를 켜서 도면을 수정해서 튀어나온 길이를 좀 잘라 봅시다.
STL 도면의 편집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지저분한 일입니다. STL이 이런 면에서 전혀 좋은 포맷이 아닌 듯해요
(반대로 편집이 매우 어려우므로 제작자의 오리지널리티 보존에 좋긴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수정한 도면을 다시 출력하면....
이번에는 너무 짧은데다 홀이 파인 깊이가 부족해서 나사가 안 박힙니다. 지저스!!
이제는 어찌할 수가 없으니 AM4 플레이트 홀의 치수를 구글링해 찾고,
저 스페이서에 맞는 외경과 나사를 박아넣을 내경을 테스트할 물건을 만드는 것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참고로 원 도면에는 태핑이 되어 있었는데, 3D 프린터라는 물건 자체가 원 치수보다 확장되게 뽑히는 경향이 있어서
(노즐에서 녹은 플라스틱을 짜내다보니 0.1 mm 정도 옆으로 퍼져서 커집니다)
이런 확장을 슬라이서에서 보정하느니 그냥 밋밋한 플라스틱 홀을 내고 힘으로 나사를 박아넣어 태핑하는게 낫기도 합니다.
버니어 캘리퍼스로 측정한 값을 경험적으로 보아 적정값은 2.4mm / 1.7mm 전후겠군요.
뽑으면 이렇게 됩니다.
여기에 스페이서와 볼트를 잘 끼웠다 뺐다 해보면서 가장 잘 맞아들어가는 치수를 찾으면 됩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기 힘든게, 뽑으려는 물건 형상에 따라서 이런 치수 오차가 일관적이지 않더군요...
따라서 0.2mm쯤 샌딩할 각오를 하고 좀 크게 뽑거나 이런 테스트 파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출력 후 볼트를 힘으로 박아넣으면서 안에 나사산을 내 줍니다.
너트를 따로 쓰기 힘든 경우에 이렇게 플라스틱을 파고들어가도 제법 튼튼하게 박히게 됩니다.
잘 장착되는군요. 케이스는 다른 곳에 있는데 보드를 달 때 간섭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백플레이트 때문에 3D 프린팅을 하고 수정하고 하고 수정하고 이틀쯤 써버린 것 같습니다.
내일 가지고 올라가서 케이스에 넣고, 그래픽카드도 적당히 채굴 3070을 사던가 해서 넣으면 되겠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