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게에 짤을 올리라는 지엄하신 분의 명에 따라 희희낙락하며 글을 올리고는 욕실에 씻으러 들어간 찰나였다.
수납장에 갈아입을 옷을 넣어두고,
문을 닫았을 무렵-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들려서는 안되는 소리였다.
그건 문을 닫는 소리도, 발걸음 소리도 아니었다. 당연히 소리가 난 원흉이 있는 곳으로 눈이 향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니리라 믿었다. 아무리 나올 때 몰아서 나오는 타입이라 해도, 이렇게 근 시일내에 더 나올리 없잖은가?
하지만 그랬다. 그 녀석들은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상식을 무시하고 뛰쳐나왔다.
세면대의 배수관에 달라붙어 기어다니는 녀석은 컸다.
기실 크기로 따지자면 첫번째의 녀석이 가장 컸을 터이나, 이번엔 장소가 좋지 않다.
좁은 지형에서 움직임이 제한되는 건 끔찍한 패널티이지만, 그 패널티는 녀석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손가락만한 길이의 몸체인 녀석이라도, 얼마든지 활개칠 공간이 있는 셈이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욕실에서 빌어먹을 벌레란 족속들이 튀어나오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개 납득 가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욕실이란 지형에서는 훌륭한 원거리 무기-사워기-를 통해 대처할 수 있었기에 처리도 용이했다. 배수구로 몰아넣어 흘려보내면 영원히 안녕이었으니까.
...그 방법을 지금도 적용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저 녀석은...
배수구의 사이즈를 뛰어넘는다. 세로 사이즈라면 당연히 들어가지만, 저 G란 녀석들은 그 활달함이 과연 천방지축 날뛰는 아해들보다도 뛰어나 얌전히 물세례를 받고 사라져주리란 기대를 하긴 힘들다.
Q. 대체 어찌해야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
(사후보고형 아닙니다. 현재진행형입니다.
욕실을 뛰쳐나와 썼어요.)
쉽고 빠르게 잡습니다. RIP 바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