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은 안 하고 있지만 관심있게 보고 있는 유튭 채널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Techmoan. 이 채널은 새 물건들 중에서는 Dashcam이라 하는 차량용 블랙박스라든가 액션캠 종류들, 그리고 오래 된 오디오나 비디오 기기들을 심도있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볼만한 것들을 추려서 함께 보겠습니다.
소니가 98년에 내놓은 Ruvi라는 캠코더. 디카같이 생기긴 했지만 캠코더 맞습니다. 저 시기에 나온 캠코더들은 소형화를 구현하기 위해 8mm보다 더 작은 포맷인 MiniDV로 '패스포트 사이즈' 를 강조한 버티컬그립 타입의 제품들이 한참 주가를 올리던 시절이긴 했습니다만 이건 디카와 비슷한 그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딜 봐도 기록미디어를 어디에 넣는지 알 수가 없는데.... 저 썸네일 좌측의 손잡이를 밀고 덮개를 열면 나오는 비디오 카트리지라는 게 저 카메라의 기록매체. 비디오 카트리지는 오로지 카메라와 접점만으로 연결돼 있을 뿐인데... 카트리지에는 '분해하지 말 것' 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만 이 쥔장은 과감하게 분해를 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정체. 30분 분량의 저 비디오 카트리지는 테이프를 사용하는 캠코더의 핵심부라 할 수 있는 테이프와 헤드를 일체화시킨 거였습니다.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상태가 나빠지면 헤드째로 바꿀 수 있다 이겁니다.
이 분의 리뷰 채널에는 유독 올드 오디오 포맷들에 대한 리뷰들이 많습니다. 그 중 고급 지향으로 탄생했지만 결국은 잊혀진 두 가지 포맷들에 대해 다루는데, 바로 소니의 엘카셋과 필립스의 DCC.
소니의 엘카셋은 오픈릴 오디오테이프의 사실상 최종형이자 가장 대중에 가까운 포맷였던 1/4인치 테이프를 오픈릴이라는 취급 상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로 만든 오디오 포맷입니다. 비디오테이프에 있던 풀림방지 메커니즘, 내장된 쓰기방지 탭 등 필립스의 컴팩트카셋에 비해 여러 모로 새로 들어간 게 많습니다. 컴팩트카셋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라면 테이프와 헤드의 접촉면이 하향이 아닌 상향이라는 것.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엘카셋은 잊혀진 포맷이 되고 맙니다. 아마 그 질에도 불구하고 1/4인치 오픈릴 레코더에 사용하는 테이프를 그대로 썼던 이유로 미디어의 외형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기에 소비자용으로는 실격감이었겠고 엘카셋이 나온 시기에는 스튜디오용으로는 아직 오픈릴이 대세였을 테니까요.
필립스의 DCC는 필립스가 사실상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가정용 아날로그 미디어의 표준인 컴팩트카셋을 디지털로 확장한 겁니다. 아날로그 컴팩트카셋과의 물리적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사운드를 즐길 수 있으며, 앨범명, 트랙명 및 가사 디스플레이와 같은 부가정보의 제공, 트랙번호를 통한 빠른 액세스(랜덤액세스라 볼 수는 없는 이유는 테이프는 가장 대표적인 선형 기록매체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여러 가지 부가기능들이 있었지만 역시 빠른 랜덤액세스, 작아진 외형크기와 긴 재생시간, 그리고 구동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된 MP3 플레이어라는 강적의 등장으로 동시기에 등장한 소비자용 디지털 음향매체인 MD와 함꼐, 그보다 더 일찍 종말의 길을 맞이합니다. 이 영상에선 공장에서 찍혀나온 DCC 테이프는 물론 DCC 공테이프도 등장하는데, 국내에 한국필립스전자가 휴대용 플레이어와 몇몇 팝 및 클래식 소프트들을 내놓았던 걸 직접 봤던 저였기에 꽤 흥미있었습니다.
8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소형화의 바람은 컴팩트카셋이라는 가장 대중성 있는 음향매체의 소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었습니다. 물론 일본발이 아녔던 필립스의 미니 컴팩트카셋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자동응답기' 내지는 '도청기 테이프' 로 널리 기억되고 있는 마이크로카셋을 음악용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단 사실. 오디오테이프 중 최상급이 속한다는 순철 자성체를 사용한 메탈 테이프로 보통 어학이나 좌담 녹음 등의 비음악용으로만 활용됐던 마이크로카셋을 음악용으로 활용한다는 아주 대단한 시도. 심지어는 소니뮤직이라든가 도이치그라모폰 등을 통해 공장에서 마이크로카셋 기반의 소프트들이 찍혀나오던 떄도 있었다 하니.. 마이크로카셋이라는 물건이 확실히 범상찮은 물건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소니는 이후, 비디오테이프에 적용되던 헬리컬스캔 방식을 적용해 우표만한 크기에 120분이라는 경이로운 녹음시간을 기록한 NT라는 새로운 포맷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물론 곧 잊혀진 포맷이 돼버리긴 했지만 테이프라는 고전적인 매체의 흐름, 그리고 소형화라는 개발 목표의 궁극적 완성이 극상을 맞이한 것이기에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칩니다.